동아일보 DB
삼성 일가가 고 이건희 회장의 유산에 대한 상속세 12조 원을 5년에 걸쳐 분납하기로 했다. 또 1조 원을 코로나19 극복과 의료 지원을 위해 기부하고 2만3000여 점의 미술품을 국가에 기증하겠다고 밝혔다. 26조 원에 달하는 이 회장의 유산 중 60%가 세금으로 납부되거나 사회에 환원되는 셈이다. 상속세는 세계 최대 수준이다.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전자 지분을 집중적으로 물려받기로 하는 등 상속 이후 계열사별 보유 지분에 대한 협의도 마무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 사태와 미중 패권 경쟁으로 경제 여건이 어려운 상황에서 한국 간판기업 삼성이 상속 문제를 일단락 지은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지배구조에 대한 불확실성이 해소되고 경영의 투명성이 높아지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회장이 2014년 쓰러지면서 일단 논의가 중단됐던 1조 원의 사회 환원 계획도 구체적으로 나왔다. 7000억 원은 국내 첫 감염병 전문병원을 짓고, 백신과 치료제 개발을 위한 인프라 확충에 사용할 예정이다. 이는 감염병에 대응하는 국가 역량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또 소아암·희귀질환으로 고통받는 어린이 환자를 위해 3000억 원을 지원키로 했다. 기증할 미술품에는 국보 14점을 포함해 국내외 걸작들이 대거 포함돼 있다. 겸재 정선을 비롯해 유명 화가들의 작품을 일반 국민들도 국립 미술관에서 감상할 수 있게 됐다. 단순 감정평가액만 2조 원에 이른다고 한다.
삼성은 한국 1위 기업인 만큼 국민의 기대도 클 수밖에 없다. 일자리 창출, 윤리 경영, 사회 공헌 등에서 꾸준히 국민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 고 이건희 회장은 평소 “사회가 우리에 기대하고 있는 이상으로 봉사와 헌신을 적극 전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은 추가 사회 환원 사업을 이어가겠다는 약속을 잊지 말아야 한다.
삼성이 국가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20%에 달한다. 삼성이 흔들리면 국가 경쟁력도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주요국들은 이미 국가와 기업이 한 팀을 이뤄 글로벌 경쟁에 대응하고 있다. 삼성이 기술 초격차를 유지하며 글로벌 경쟁에 전념하도록 여건을 조성하는 것이 국익에도 부합한다. 삼성도 기술 개발과 투자, 사회 공헌 모두에서 더 속도를 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