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계 여성감독 오스카상 첫 수상 나라 비판했다는 이유로 보도 금지 이런 가치 향해 다가가는 문 대통령 임기내 한미동맹 파탄 낼 작정인가
김순덕 대기자
안타깝게도 중국에선 이런 장면을 볼 수 없다. 시상식 중계도, 인터넷뉴스도 중국 공산당이 미리 막았다. 자오가 8년 전 “중국은 도처에 거짓말”이라고 미국 잡지와 인터뷰한 것이 죄라면 죄다. 홍콩 민주화 시위를 다룬 다큐멘터리 ‘분열시키지 말라’가 수상 후보에 오른 이유도 있다. “자오가 오스카상 받았다”고 친구끼리 나눈 문자까지 검열받는 나라는 관광이면 몰라도 살고 싶진 않다.
대한민국이 그쪽으로 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 비판 전단을 뿌린 30대가 대통령 모욕죄로 처벌받게 생겼다. 모욕죄는 친고죄여서 대통령이나 대리인이 고소해야 한다. 문 대통령은 “한미 양국은 민주주의와 인권 등 가치를 공유하는 70년 동반자”라고 했다. 대통령 자신도 가치를 같이하는지는 의문이다. 오히려 중국이 강조하는 중화 문명의 가치와 더 가깝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우리가 전통적으로 중국과 같은 유교문화권에 속해 공자 맹자 같은 중국 사상과 한자 문화에 친숙하긴 하다. 문 대통령은 북한 김정은에 대해 “예의 바르고 솔직담백하면서 ‘연장자들을 제대로 대접하는’ 리더십을 갖고 있다”고 유교적 평가를 한 적도 있다. 대통령이 가장 존경하는 사상가라는 통일혁명당 사건의 신영복도 중국 고전을 강의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유교 사상의 핵심 가치로 조화를 든다. 이를 포함한 중화 문명에 오늘날 인류가 당면하고 있는 난제를 해결할 중요한 계시가 담겨 있다며 보편 가치로 세계에 전파하려 한다. 시장경제 아닌 국가가 시장에 간여하는 경제, 개인의 자유와 권리가 아닌 공동 이익을 추구하는 민주주의, 당(黨)이 영도하는 법치 같은 중국모델을 문 정부가 앞장서 따라가는 형국이다.
심지어 동맹도 갈아탈 기세다.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조 바이든 미 대통령에게 전임 도널드 트럼프가 변죽만 울린 북-미 회담을 이어받으라고 종용한 뉴욕타임스 인터뷰는 외교의 기본을 의심케 한다. 두 달 전 통화에서 “포괄적 대북전략을 함께 만들겠다”고 해놓고 과거 레퍼토리를 반복한 꼴이다. 전임 대통령이 성사시킨 한일 위안부 피해자 합의를 뒤집어 한일 관계를 파탄 낸 대통령이 그런 말을 할 순 없다.
‘한미동맹의 탄생비화’를 쓴 남시욱 화정평화재단 이사장은 “대통령이 주장하는 종전선언을 통해 북한은 미군을 철수시키려 한다”며 “문 대통령이 바보가 아닌 이상 그런 전개를 모를 리 없다”고 했다. 아예 임기 안에 한미동맹을 파탄 내 미군을 철수시키기 위해 마지막 안간힘을 쓰는 게 아닌지 더럭 겁이 난다.
미국과 중국의 가치가 충돌하고, 미국이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중심으로 동맹을 규합하는 지금이 또 한 번의 외교혁명기일 수 있다. 미국이 중시하는 인도태평양 전략, 쿼드(Quad) 체제에 한국이 참여해야 미국도 북한과 대화에 나설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형편이다.
북한 아니라 당장 코로나19 백신 절벽에 불안한 우리 국민을 위해 문 대통령은 한미동맹을 꽉 잡고 쿼드 참여를 검토해야 한다. 중국 앞에만 서면 대통령이 작아지는 이유는 알고 싶지도 않다. 11월까지 집단면역 된다는 정부 발표도 믿기 어렵다. 중국이 자랑하는 손자병법 36계 중 첫째가 만천과해(瞞天過海), 즉 속이기 아니던가.
김순덕 대기자 yu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