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준 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필자가 진료하는 염증성 장질환과 같은 자가면역질환도 10년 전까지만 해도 치료법이 별로 없어 환자들이 많은 고충을 겪었다. 염증성 장질환은 소화기관에 생기는 만성 염증성 질환으로, 크론병과 궤양성 대장염 등을 말한다. 체내 면역체계의 교란과 유전 및 환경 요인 등으로 장에 염증이 유발된다. 만성 복통, 설사, 혈변 등이 대표적 증상이다.
하지만 최근 10년 새 염증을 유발하는 특정 물질을 원천 차단하고, 점막을 치유해 환자의 상태를 개선할 수 있는 표적 치료제 개념의 생물학적 제제와 저분자물질 제제 등이 속속 개발되고 있다. 이런 약제들은 환자의 삶의 질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해 대한장연구학회 발표에 따르면 이런 치료제들이 쓰인 뒤 염증성 장질환 환자의 입원율과 응급실 방문율, 수술 비율 등 중증도를 나타내는 지표가 모두 낮아졌다.
길어지는 치료에 지치고 힘든 환자의 마음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매년 새로운 치료제들이 개발되면서 이제 염증성 장질환은 더 이상 불치의 병이 아니다. 치료 효과가 좋은 환자는 3, 4개월에 한 번만 병원을 찾아 필요한 검사와 약물 치료만 받아도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을 정도로 질환 관리를 할 수 있다. 염증성 장질환은 무엇보다 환자 스스로 질환 극복 의지를 가지고, 주치의와 소통을 통해 장기적인 질환 관리 계획을 세운 뒤 꾸준히 따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