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단양군 한 고추밭에서 황수만(75) 씨와 권남순(70) 씨 부부가 암소 ‘누렁이’와 고추밭 두둑에 비닐을 덮고 있습니다.
“워워”, “이랴, 이랴”
활짝 핀 복사꽃이 지천인 어느 봄날.
들판에 소가 사라지고 기계가 쟁기질을 대체하기 시작한 지 이미 오래 전 일입니다. 소로 쟁기질하는 모습은 동화책에 나오는 풍경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황 할아버지는 농사를 시작한 이후 지금까지 50년 넘게 소 쟁기질을 고집하고 있습니다. 이곳은 경사면이 심하고 돌이 많아 쟁기질이 흙을 더 골고루 섞어줘 농기계를 사용하는 것보다 효율이 높습니다.
아마 황 할아버지가 소 쟁기질을 그만두면 “워워”, “이랴, 이랴”를 외치는 들판의 농부도 사라질지 모릅니다. 황 할아버지는 앞으로도 소 쟁기를 자신이 농사짓는 동안은 계속 할 것이라고 합니다. 소 ‘누렁이’와 황 할아버지의 쟁기질 모습이 오랫동안 들판에 남아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참 “워워”는 멈추라는 말이고 “이랴, 이랴”는 가라는 말입니다.
글, 사진=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