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다시 움직인다.”
“미국이 비상할 준비가 됐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취임 100일을 하루 앞둔 28일 상·하원 합동연설에서 미국의 재건과 부활을 역설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경기 침체, 사회 갈등으로 위기에 처한 미국의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희망적이고 역동적인 단어를 가급적 많이 동원하면서 민심을 얻으려고 한 것이다.
● “여기서 멈출 수 없다” 4조 원 대 재정지출 역설
그는 백신 보급과 경제 회복 등 그간의 성과를 거론한 뒤 “우리는 여기서 멈출 수 없다”며 천문학적 예산이 투입되는 공공 투자와 경기부양 계획을 설명했다. 이날 연설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2조2500억 달러의 ‘미국 일자리 계획’과 1조8000억 달러 규모의 ‘미국 가족 계획’이었다. 사회 인프라 건설, 복지 확대, 인적자본 확충, 공공 무상교육, 자녀 세액공제 확대 등 대규모 재정지출을 통해 경제 성장 및 소득 분배를 한 번에 잡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 같은 대규모 재정 지출의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대기업과 고소득자에 대한 증세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지금은 대기업과 상위 1% 부자들이 자신의 응당한 몫을 지불해야 할 때”라며 “다만 연소득 40만 달러 이하에게는 증세를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법인세와 소득세, 자본이득세 등 각종 세목의 세율 인상을 추진 중이다. 또 바이든 대통령은 “낙수(trickle-down) 경제는 전혀 작동한 바가 없다. 이제는 바닥과 중간에서부터 성장을 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전반적으로 ‘작은 정부’보다는 ‘큰 정부’, 성장보다는 분배에 초점을 맞춘 발언이 쏟아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민 개혁과 총기 규제, 경찰 개혁, 인종 차별 해소 등 사회 이슈에 대해서도 폭넓게 발언을 이어갔다. 특히 최근 아시안 증오범죄 방지법이 상원을 압도적인 표차로 통과한 것에 감사를 표한 뒤 “하원도 빨리 움직여서 법안을 가능한 빨리 내 책상 위로 보내 달라”고 주문했다.
● 대통령 뒤의 두 여성…초유의 장면
펠로시 하원의장은 지난해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의 국정연설 직후 그의 연설문을 현장에서 찢어버리며 불쾌감을 드러낸 바 있다. 하지만 상·하원을 모두 민주당이 장악한 상태에서 열린 이날 연설은 두 여성 리더가 연설 도중 기립박수를 유도하는 등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해리스 부통령과 펠로시 의장은 ‘팔꿈치 인사’를 통해 호흡을 과시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연설에는 바이든 대통령의 부인 질 바이든 여사가 이민과 교육, 성소수자, 총기규제 등과 관련해 각기 사연을 갖고 있는 손님 5명을 온라인으로 초대했다. 모두 이날 의회 연설 주제와 바이든 행정부의 주요 의제를 반영한 것이다. 지난달 발생한 애틀랜타 총격사건 희생자의 아들도 주디 추 하원의원 손님 자격으로 이날 연설에 초대를 받았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