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순이 한바퀴 돌면 김진욱(19·롯데)은 전혀 다른 투수가 된다. 시즌 개막 전 가장 강력한 신인상 라이벌로 손꼽히던 ‘아기 호랑이’ 이의리(19·KIA)가 28일 안방 경기에서 한화를 상대로 삼진 10개를 기록하며 데뷔 첫 승 사냥에 성공하는 모습을 김진욱은 퓨처스리그(2군) 무대에서 지켜봐야 했던 이유다.
이날 현재까지 김진욱을 상대로 경기 첫 타석에 들어선 타자는 OPS(출루율+장타율) 0.267밖에 기록하지 못했다. 타율은 0.045(22타수 1안타)밖에 되지 않는다. 그러나 김진욱을 두 번째로 상대하면 OPS가 1.100까지 오른다. 한국 무대를 ‘정복’하고 메이저리그로 건너 간 테임즈(35·현 요미우리)가 NC에서 남긴 통산 OPS가 1.172다. 그 탓에 시즌 김진욱의 시즌 평균자책점은 10.54까지 올랐다.
야구에서는 같은 경기에서 같은 투수를 여러 번 상대하면 적응력이 높아져 타격 기록이 좋아지는 게 일반적이다. 그래도 김진욱처럼 곧바로 무너지는 건 이례적이다. 이에 따라 김진욱을 선발이 아니라 구원으로 쓰는 게 맞지 않느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김진욱이 지난해 2차 신인지명 때 전체 1순위로 입단하자 왼손 불펜 가뭄을 해소해줄 것이라고 기대하는 롯데 팬이 많았다. 그러나 허문회 롯데 감독은 팀과 선수의 미래를 생각하면 김진욱을 선발로 쓰는 게 맞다고 결론을 내린 뒤 시즌 준비 과정부터 선발로 방향을 틀었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