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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한 해 한국의 자영업자들이 사업을 유지하기 위해 빌린 돈이 120조 원에 육박했다고 한다. 코로나19로 영업제한, 영업금지가 계속되면서 매출이 급감하고 적자가 커지자 대출을 받아 간신히 버티는 자영업자가 그만큼 많다는 뜻이다. 정부 조치로 인한 영업상 타격을 보상하겠다며 여야가 추진해온 손실보상법의 4월 국회 처리도 무산돼 자영업자들의 시름은 더 깊어지게 됐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작년 말 전국 238만4000명 자영업자의 금융권 대출 잔액이 803조5000억 원으로 1년 만에 118조6000억 원이나 급증했다고 한다. 전년도 증가액 60조6000억 원의 갑절 수준으로, 전체 자영업자 542만 명의 44%가 평균 3억3700만 원의 빚을 지고 있는 셈이다. 작년에 처음 빚을 낸 자영업자들의 대출금만 해도 125조8000억 원이나 됐다.
극한 상황에서도 어떻게든 사업터전을 지키려는 자영업자들이 여러 곳에서 대출을 받는 바람에 ‘다중채무 자영업자’까지 증가하고 있다. 작년 말 기준으로 3곳 이상의 금융회사에서 돈을 빌린 개인사업자는 19만9850명으로 1년 만에 55.2%나 늘었다. 임대료, 전기요금도 감당하기 어려운 한계선상의 자영업자들 중에는 차량담보대출을 받거나 불법 대부업체를 이용하는 이들도 적지 않아 통계로 잡히는 것보다 빚 부담은 훨씬 크다고 봐야 한다.
정부의 강제조치로 손해를 입은 자영업자들에게 보상이 필요하다는 데 많은 국민이 동의하고 있다. 게다가 정치권이 당장에라도 법을 도입할 것처럼 기대감을 줘온 만큼 여야는 합의를 통해 손실보상법을 통과시켜야 한다. 다만 향후 모든 보상을 지원금이 아닌 법을 통해서만 할 것인지, 재정 악화 등 부작용을 막을 안전장치는 충분한지에 대해서는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 특히 소급적용은 중복지급 문제가 있고 재정에 대한 부담이 큰 만큼 억지로 강행해선 안 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