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중에서도 기준이 더 높은 ‘자산 10조 원 이상 상호출자제한기업’에는 최대 그룹들이 몰려 있어 평소엔 순위 변동이 많지 않다. 그런데 초유의 코로나19 사태가 대기업의 서열을 바꿔 놨다. 국민들의 소비 패턴이 급변하고, 저금리와 유동성 증가로 유망 기업의 주가가 급등하면서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이 40개로 6개 늘고 순위도 많이 바뀌었다.
▷순위가 크게 오른 카카오(작년 23위→올해 18위), 네이버(41위→27위), 넥슨(42위→34위), 넷마블(47위→36위)은 ‘비대면 트렌드’ 혜택을 받은 IT, 게임 기업이다. 셀트리온(45위→24위)도 코로나 치료제 개발 등으로 코로나19 덕을 봤다. 2015년 처음 자산 5조 원을 넘어선 카카오는 지난해 자산 규모를 20조 원까지 키우며 순위를 빠르게 끌어올렸다. 계열사 수도 118개로 1위인 SK그룹(148개) 다음으로 많다. 최근 뉴욕 증시에 상장한 쿠팡은 단박에 60위로 진입했다. 1위 삼성부터 17위 부영까지는 작년과 순위가 같았다.
▷작은 연못 안에선 커보여도 넓은 세계무대에선 한국 기업 규모가 여전히 작다. 작년 포천이 선정한 글로벌 500대 기업 중 한국 기업은 14개에 불과했고 한국 기업 중 1위인 삼성전자의 순위도 전년도 15위에서 19위로, SK㈜는 73위에서 97위로 밀렸다. 전년도에 비해 순위가 오른 현대차(94위→84위)를 포함해 100위 안에 든 기업은 3개뿐이었다. 반면 500대 기업 중 중국 기업은 119개에서 124개로 늘면서 미국(121개)을 사상 처음 뛰어넘었다. 미중이 벌이는 경제패권 전쟁 속에서 한국 기업들이 경쟁하고 살아남으려면 성공적인 투자와 인수합병으로 몸집을 더 키워야 한다.
박중현 논설위원 sanju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