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전의 마녀들/김태우 지음/372쪽·2만4000원·창비
21명의 여성 조사위원은 덴마크와 알제리, 아르헨티나, 중국 등 18개국에서 왔는데, 이 중 6명은 당시 소련, 동독 등 공산권 출신이었다. 이들은 열흘간 신의주, 평양 등 10여 개 도시를 조사했다. 중공군 참전 후 연합군의 전방위 폭격으로 인해 폐허 속 토굴을 파고 사는 주민들을 목격했다. 이들은 정당한 사유로 시작된 전쟁이라도 정밀폭격이 아닌 인구밀집지역에 대한 폭격은 용납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은 매카시즘 등 반공주의로 인해 소련의 선전 팸플릿으로 폄하됐다는 게 저자의 시각이다.
이 책은 전쟁으로 고통받는 제3세계 여성들과 적극적으로 연대하고자 한 이들을 통해 냉전사와 여성주의, 평화운동을 다각도로 조명하고 있다. 조사위원들은 현장 조사 때 “전쟁이 언제 끝나느냐”는 질문을 가장 많이 들었다고 한다. 이들이 한반도를 방문한 지 70년이 지난 현재도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는 현실이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