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는 중간 중간 휴대폰으로 직접 사진을 찍다보니 자세가 좋지는 않다.
2021서울마라톤 버추얼 온라인 레이스를 신청하고 풀코스 완주가 솔직히 고민이 됐다. 그동안 서울마라톤(한강, 2003년), 보스턴마라톤(2004년), 베를린마라톤(2008년), 뉴욕마라톤(2009)년, 춘천마라톤(2015년) 등 대회 주최 측이 잘 만들어 놓은 코스만 달린 터라 걱정이 됐다. 거리와 시간이야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기반 Strava로 측정할 수 있지만 중간 중간 물도 마셔야 하고 간식도 먹어야 하기에 코스 선택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당초 행주산성에서 출발해 서울 한강변을 달려갔다 오는 왕복코스를 고민했다. 중간 중간 편의점이 있기 때문에 음료수와 간식은 사먹으면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혹 달리다 다치거나 혹은 포기하면 돌아올 길이 만만치 않았다. 또 편의점이 일정한 간격이 아니고 어떤 곳은 거의 10km를 달려야 있어 이 구간에서는 음료수를 못 마셔 너무 힘들 것 같았다. 105리를 달려야 하는 마라톤에서는 제 때 음료수와 간식을 먹어야 근육 경련을 막을 수 있고 허기도 달랠 수 있다. 대부분의 마라톤 대회는 5km 간격으로 음료수와 간식을 비치해 놓고 있다. 또 갑자기 ‘자연이 부를 수’도 있기 때문에 화장실이 가까이 있는 게 좋았다.
Strava로 기록한 풀코스 완주 인증.
1일 오전 9시 간단하게 아침식사를 한 뒤 좀 쉬다 차를 몰고 일산호수공원으로 향했다. 노래하는분수대 근처 주차장에 차를 대고 스트레칭 체조 등으로 몸을 푸니 오전 10시45분. 달리기 시작했다. 가볍게 한바퀴를 돌았다. 첫 음료수는 2바퀴 돌고 마실 계획을 잡고 있었다. 두 바퀴를 돌고 자동판매기에서 음료수를 사려고 있는데 먹통이었다. 카드를 인식하지 못했다. 다른 자동판매기도 마찬가지였다. 어쩔 수 없이 다시 달렸다. 한울광장근처 편의점까지 달려야 했다. 결국 2바퀴 4분의3 정도 달렸으니 13km 정도에 이온음료와 초콜릿 바를 먹을 수 있었다. 막 허벅다리에 쥐가 나기 직전이었다. 스트레칭을 좀 한 뒤 다시 달렸다. 한 1km를 더 달렸을까. 이젠 ‘자연이 불렀다’ 다행히 바로 화장실이 보여 해결할 수 있었다.
일산호수공원을 달리다 꽃으로 장식한 호수공원을 배경으로 한 컷.
오후 2시가 넘어서 비가 좀 잦아드는 것 같아서 다시 출발했다. 바닥에 물이 차 있어 피하면서 달리느라 좀 힘들었다. 참나 왜 피해 달렸는지. 좀 달리니 완전히 젖어버렸는데. ㅠ ㅠ. 비 방울이 굵어지면 다시 멈추기를 반복했다. 휴대폰과 자동차 스마트키가 젖으면 안 됐기 때문이다. 화장실 가고 음료수 사먹은 것까지 10번 이상 멈췄던 것 같다.
30km를 넘어서자 다리가 무거워지기 시작했다. 그동안 시속 8.5km 정도로 달렸는데 8km 이하로 떨어진 것 같았다. 35km를 넘기면서는 더 페이스가 떨어졌다. 허벅지, 장딴지에서 근육 경련이 일어날 조짐이었다. 멈춰서 스트레칭을 하고 달렸다. 그리고 5분 달리고 2분 걷는 워크브레이크(Walk Break) 주법으로 바꾸었다.
40km가 가까워오자 워크 브레이크도 힘들었다. 40km를 넘어서자 페이스가 7km 되는 듯 사실상 걷듯이 달렸다. 휴대폰 Strava에 26.4마일이 떴다. 드디어 풀코스를 완주했다. 마일을 미터로 바꾸는 기능을 알지 못해 마일로 달렸다. 실제 달린 거리는 42.50km. 300m를 더 달렸다. 일산호수공원을 8바퀴를 달린 뒤 2km 더 달려갔다 되돌아오니 풀코스를 넘겼다. 기록은 4시간 43분. 시계엔 오후 4시45분으로 찍혔으니 무려 6시간 동안 일산호수공원에서 달리다 쉬기를 반복한 셈이 됐다.
풀코스를 완주한 뒤 포즈를 취했다.
평소 달리기를 즐기고 마라톤 풀코스도 완주했지만 Strava 같은 앱과 함께 달리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걷거나 달린 거리를 체크해주기는 앱이 설치돼 있긴 하지만 이렇게 달리다 일시 멈춤하고 음료수 사먹고 다시 달리기를 해본 것은 처음이란 얘기다. 디지털 시대지만 사실상 아날로그 식으로 살아온 삶의 방식 때문에 전자시계로 시간만 체크하며 달렸던 나였다. 하지만 Strava와 달리는 게 흥미롭고 재밌었다.
일산호수공원은 일부 구간을 제외하고 코스에 큰 나무들이 많아 마치 숲속을 달리는 느낌을 준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