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날리지(Corona+Knowledge)] <8>
“느들은 어떡햐? 젊은 사람들이 먼저 맞고 건강해야 하는디.”
“아유 할머니, 저희는 팔팔하니까요. 어디 열나는 데 없는지 그것만 꼼꼼히 살피세요~”
30일 동네 체육관에서 코로나19 백신을 맞고 온 기자의 할머니는 자나 깨나 손녀 걱정뿐이었습니다. 짧은 통화 중에도 여러 번 “그래서 너희는 언제 맞니” 물으셨죠. 일하는 젊은 사람들이 맞아야 할 백신을 당신이 먼저 맞았다면서요.
● 백신 접종계의 ‘패스트 트랙’
언제 맞을지 기약이 없어서일까요. ‘노쇼(no-show)’ 백신을 맞을 수 있다는 소식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은 예상보다 뜨거웠습니다. 방역당국이 ‘노쇼로 남는 백신을 누구나 맞을 수 있다’고 밝히자 전국 병의원에 신청자가 몰렸습니다. 백신 접종에도 일종의 ‘패스트 트랙’이 있다는 소식에, 그리고 여기에 건강한 성인도 이름을 올릴 수 있다는 소식에 관심이 집중된 거죠. 접종 패스트트랙은 어떻게 가능할까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1바이알(약병)에 10~12인분의 약이 들어있습니다. 독감 백신처럼 1인분씩 딱 떨어지게 포장이 안 돼있는 셈이죠. 1바이알을 개봉하면 6시간 안에 맞아야 합니다. 그래서 사전예약을 통해 접종인원을 조절하는 게 중요합니다. 안 그럼 ‘한 방울도 아까운’ 백신을 버리게 되니까요.
앞서 보건소나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에서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할 땐 ‘남는 백신’이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손님’들이 계속 이어지다보니 대신 맞을 사람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예를들어 보건소 직원들이 요양시설에 방문접종 갔을 때를 돌이켜볼까요. 방문접종을 가게 되면 당일 열이 난다든지 건강상의 이유로 접종 받을 수 없는 어르신이 나오기 마련입니다. 그러면 이송요원들이 대신 백신을 맞았습니다. 이들 역시 우선 접종 대상자였기 때문입니다.
29일 오전 11시경 서울 종로구 A 의원은 예비명단에 이름 올린 사람만 100명에 가까웠습니다. 병원 관계자는 “잔량이 아예 안 나오는 날도 있고, 많아 봐야 10명분이 채 안 된다”며 “언제쯤 연락이 갈지 예측할 수 없다. 2주 가까이 기다려야 할 사람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27일 코로나19 예방접종 위탁의료기관으로 지정된 대구 서구의 한 의원에 놓여있는 ‘예비명단.’ 이 의원은 접수대 옆에 예비명단을 마련해놓고 내원환자 및 보호자에게 백신 잔량을 맞을 수 있다고 안내하고 있다.
● 의원마다 예비명단 활용 편차 커, 안내 필요
한편, 갑자기 나온 정책이다 보니 일부 의원은 아직 예비명단 제도의 존재 자체를 모르는 곳도 있었습니다. 기자가 연락한 의원 10곳 중 3곳은 “예비명단에 대한 안내를 못 받았다”고 했습니다. 일반 국민은 더더욱 모르고요. 서울 광진구 B 의원처럼 “재직증명서를 가져와야 한다”는 곳도 있었습니다. 병원이 제도를 잘못 알고 있었던 겁니다. 이 제도는 백신 폐기를 줄이는 게 목적이기 때문에 의료, 돌봄 등 어떤 직업에 종사하느냐와 상관없이 누구나 이름을 올릴 수 있습니다. 질병관리청은 전국 위탁의료기관에 예비명단에 대한 안내를 했다고 하지만 현장 분위기는 달랐습니다.5월부터는 동네의원을 통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더욱 늘어납니다. 노쇼 등으로 남는 백신도 훨씬 많아지겠죠. 백신 수급이 원활해지면 동네의원에서 맞을 수 있는 백신 종류도 얀센, 노바백스, 모더나 등으로 다양해 질 수 있습니다. 예비명단에 대한 안내와 관리 역시 더 중요해질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