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 뉴스1
“미국의 새 대북정책은 한미 간 긴밀히 소통한 결과물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2일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공개한 대북 정책의 큰 방향에 대해 이 같이 말했다.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틀 속에서 단계적 접근 등 문재인 대통령이 제시한 대북 접근법이 상당 부분 반영됐다는 해석이다. 청와대는 2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북-미 대화 촉진에 본격적으로 나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1년여 밖에 남지 않은 문 대통령 임기 내에 가시적인 북핵 성과물이 도출되기는 쉽지 않다는 관측도 있다.
● 美 단계적 접근에 한숨 돌린 靑
트럼프 행정부 때의 북-미 협상 결렬에도 불구하고 문 대통령은 계속해서 싱가포르 합의를 기반으로 한 단계적 비핵화를 강조해 왔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빅 딜’로 대표되는 북핵 일괄타결을 시도했지만 비핵화 단계의 구체적인 입구조차 합의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이 지난달 뉴욕타임즈(NYT) 인터뷰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정책에 대해 “변죽만 울렸다”고도 했다.
대신 문 대통령은 1월 신년기자회견에서 “싱가포르 선언에서 다시 시작해 보다 구체적인 방안을 이루는 대화 협상을 해나간다면 좀 더 속도 있게 북-미 대화와 남북대화를 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또 NYT 인터뷰에서도 “미국과 북한이 서로 양보와 보상을 ‘동시적으로’ 주고받으면서 ‘점진적이고 단계적으로’ 비핵화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북한이 비핵화 조치에 나서면 미국이 상응하는 보상을 제시하고, 이를 통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이 청와대의 복안이다.
● 북-미 대화 분수령 될 韓美 정상회담
바이든 대통령의 북핵 전략의 밑그림을 확인한 문 대통령은 21일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북-미 대화의 조속한 재개를 설득한다는 계획이다. 여권 관계자는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북-미가 최대한 빨리 다시 마주 앉아야 하고, 필요하다면 문 대통령이 그 중재자 역할에 다시 나서겠다는 뜻을 바이든 대통령에게 전달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외교부도 이날 “우리 정부는 북-미 대화 조기 재개를 통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정착 달성을 위해 계속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청와대도 이날 북한의 강경 담화에도 불구하고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열지 않는 등 북-미 간 간극을 좁히기 위한 상황 관리에 나섰다. 청와대 관계자는 “북한이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담화를 낸 것으로 본다”며 “실제 도발로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통일부도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문제 삼은 대북 전단에 대해 “정부는 북한을 포함한 어떤 누구도 한반도에서 긴장을 조성하는 행위에 대해 반대한다”며 문재인 정부 4년 동안의 기조를 다시 한 번 반복했다.
한편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이날 주요 7개국(G7) 외교·개발장관 회의 참석차 영국 런던으로 출국했다. 정 장관은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과 만나 미국의 새 대북정책에 대한 북한의 반응 등을 공유하고 한미 대북 공동 기조 등을 점검할 것으로 보인다.
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