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3월 코로나19로 중단됐던 한국 증시의 공매도가 오늘 재개된다. 공매도는 가격이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는 주식을 증권사에서 빌려 시장에서 판 다음 주가가 떨어지면 싼 가격에 같은 주식을 사서 갚음으로써 차익을 남기는 투자기법이다. 작년 초 글로벌 증시가 폭락하자 한국 등 12개국은 추가 하락을 우려해 공매도를 금지했다. 작년 말까지 10개국이 공매도를 다시 허용했고 남은 둘인 한국, 인도네시아 중 한국이 공매도를 먼저 재개한다.
▷‘공매도를 영원히 금지하자’고까지 주장한 동학개미들을 의식해 금융당국은 거래 규모가 크고 충격에 강한 코스피200, 코스닥150 종목만 우선 공매도를 시작했다. 코스피200은 종목 수로 코스피의 22%지만 시가총액으로는 88%나 된다. 일부 종목의 주가 하락은 피할 수 없겠지만 전체 증시의 충격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게 일반적 전망이다.
▷1만3000여 명의 동학개미가 이미 사전교육을 받고 ‘출격 준비’를 마쳤다. 신규 공매도 개인투자자는 증권사와 약정을 맺고 담보액을 넣은 뒤 60일간 주식을 빌릴 수 있다. 투자허용 한도는 처음엔 3000만 원이었다가 횟수와 거래금액이 쌓이면 7000만 원으로 늘었다가 이후 2년 더 거래를 계속하면 제한이 없어진다.
▷문제는 가격이 떨어질 것이란 예상과 반대로 빌린 주식 값이 오르면 증권사는 담보금 증액을 요구하고, 이를 못 맞추면 강제로 공매도가 청산된다는 점이다. 따라서 일반 주식투자와 달리 공매도는 원금 전부를 날릴 수 있다. ‘투자는 자기책임’이란 금언을 새삼 되새겨야 하는 이유다. 로빈후드가 끌어올린 게임스톱 주가는 3개월이 지난 지금 최고 때의 36%로 떨어졌지만 미국 헤지펀드들은 1월에만 197억5000만 달러(약 22조 원)의 손해를 봤다.
박중현 논설위원 sanju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