챔피언 NC의 특별한 ‘전임자 예우’ 오승환 ‘300S 소감’도 훈훈함 더해
김종석 스포츠부장
김 감독은 NC 창단 사령탑으로 2013년부터 6년 동안 선수 선발 및 육성, 훈련 시스템 등 기틀을 다지는 데 기여했다. 이런 공로를 인정해 NC는 김 감독과 창단 첫 우승의 기쁨을 나누려 했다. NC는 김 감독뿐 아니라 이태일 전 대표에게도 황순현 대표가 직접 우승 반지를 선사했다.
김 감독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한국야구의 전승 금메달 신화를 이끈 명장. 하지만 14시즌 동안 두산, NC 감독을 맡아 4차례 한국시리즈에 올랐지만 한 번도 정상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무관의 아쉬움이 컸던 그는 집행검 케이스에 담긴 반지에 “내가 한 우승도 아닌데 감동받았다. 주위에서 전임 감독까지 챙기는 건 본 기억이 없다”며 감격스러워했다. 김 감독은 프로야구 원년인 1982년 주전 포수로 OB 우승 주역. 당시엔 우승 반지라는 존재를 모르던 시절이라 두산 감독으로 있던 2011년 30주년 기념식 때 뒤늦게 받기도 했다.
프로야구 삼성 마무리 투수 오승환(39)은 지난주 국내 첫 통산 300세이브를 달성했다. 대기록을 세운 직후 그의 소감이 남달랐다. 응원해 준 팬 분들, 함께 운동했던 선후배 동료들을 언급한 뒤 “가장 먼저 출근하고 가장 늦게 퇴근하는 컨디셔닝(트레이닝) 코치님들께 특별한 감사를 드린다”고 했다.
트레이닝 코치의 역할은 크게 두 분야로 나뉜다. 체력 향상과 유지, 부상 관리와 재활이다. 선수들이 지친 심신을 추스르며 감독 코치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는 존재다. 삼성에는 1군에 5명, 2군에 4명이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야간경기가 있는 날 오전 11시에 맨 먼저 야구장에 나와 오후 11시가 넘어 불 끄고 귀가한다.
한 트레이닝 코치는 “한때 우리는 그저 트레이너로 불리며 무시받기도 했다. 어떤 고참 선수는 ‘야 인마 어깨 좀 주물러 봐’라고 하더라. 오승환의 한마디에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오승환은 경기고 시절 팔꿈치 부상으로 프로 입단에 실패하는 좌절을 겪었다. 대학에서는 팔꿈치 접합 수술을 받아 2년 동안 재활만 해야 했다. 한-미-일을 거쳐 마흔을 바라보는 나이까지 마지막 불꽃을 태우는 것은 결코 혼자만의 힘이 아니라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게다. 묵묵히 고생하는 트레이닝 코치들을 콕 집어 고마움을 표시한 이유다.
마침 감사의 달이다. 어린이, 어버이, 스승, 성년, 부부. 기념일이 연달아 있지만 코로나19 여파로 세상은 지쳐만 간다. 가까운 분조차 챙기기 쉽지 않다. 그럴수록 더 많은 사람들이 ‘김경문’이 되고 ‘오승환’이 되어주면 좋겠다. 거창한 이벤트가 아니면 어떠랴. 손 편지나 전화 한 통으로도 행복해질 수 있다.
김종석 스포츠부장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