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서안 소설가
―헤르만 헤세, ‘청춘은 아름다워라’ 중
주말마다 봄비가 내렸다. 이러다 벚꽃 구경 못 가지, 하고 누군가 말했다. 저녁을 일찍 먹고 강변을 한 바퀴 돌 때도 벚꽃은 피었고, 골목 어귀에 벚꽃 핀 것을 얼핏얼핏 본 것도 같았다. 바람과 함께 무수한 꽃잎이 처절하게 달려들었다. 어느 날, 문득 돌아보니 꽃잎은 모두 지고 나는 끝내 벚꽃 구경을 가지 못했다. 떨어진 자리엔 벌써 초록 잎사귀들이 눈을 슴벅거렸다.
우리는 잠깐 나이라는 요술에 걸려 자신의 가슴 깊숙이 살아 숨 쉬는 뭔가를 잊고 살았다. 찬란함은 꿈을 잃지 않은 자에게 주어짐을, 때론 무모하고, 어설프고, 한때의 격정이었어도 그 꿈이 있었기에 가장 뜨겁고 아름다운 청춘일 수 있었다. 꿈을 꾸는 자는 누구나 가장 뜨겁고 아름다운 청춘이다. 대자연의 품에서 벌거벗은 꿈을 받아들일 때 청춘은 그렇게 다시 피고 지고, 나는 오늘도 청춘을 살아간다.
이서안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