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 천주교 성직자 묘역 안장 프란치스코 교황 “사도적 축복” 애도 文대통령 등 4만6000명 빈소 찾아 통장에 남은 800만원 의료진 전달
1일 경기 용인시 천주교 성직자 묘역에서 치러진 고 정진석 추기경의 하관예절을 주례 중인 염수정 추기경. 용인=사진공동취재단
2일 경기 용인시 천주교 성직자 묘역에는 정진석 추기경의 묘소를 찾은 추모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행복이야말로 하느님의 뜻”이라는 말을 남기고 지난달 27일 선종(善終)한 정 추기경 시신은 1일 하관예절 뒤 이곳에 안장됐다. 선종 순으로 정해진 묘소 위치는 김수환 추기경, 김옥균 주교 옆 자리다. 그의 사목표어였던 ‘모든 이에게 모든 것’이 새겨진 묘비가 들어설 예정이다.
염수정 추기경이 주례한 하관예절은 시작기도와 분향, 성수를 뿌리는 예식으로 시작했다. 이어 정 추기경의 관을 묘 안에 내린 후 주교단과 사제단, 유가족 등이 관 위에 성수를 뿌리고 흙을 얹는 것으로 끝났다.
이에 앞서 서울 명동대성당에서는 장례미사가 2시간여 동안 진행됐다. 눈시울을 붉히며 떨리는 목소리로 강론을 이어가던 염 추기경은 감정이 북받친 듯 2분여 동안 말을 잊지 못했다. 그는 2월 병자성사 때 일화를 언급하며 “추기경께서 ‘하느님 만세’를 외쳐 참석자들이 깜짝 놀랐다. 하느님께 모든 것을 내주겠다는 의미였다”며 “정 추기경님은 이미 천국에서 김대건 신부와 시복시성이 추진 중인 최양업 신부님을 만나셨을 것”이라고 했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인 이용훈 주교는 “정 추기경님은 1931년 태어나신 후 이 순간까지 하느님 섭리에 따라 대장정 마라톤을 앞만 보고 뛰어 완주했다”고 애도했다. 사제단 대표 백남용 신부는 “한잔의 와인을 사랑했던 추기경님, 이제는 ‘예수님 직영 공장’에서 나오는 와인을 편히 음미해 주십시오”라고 했다. 장례미사에는 방역 지침에 따라 사제 80명과 유족 등 320명이 참석했다. 명동대성당 앞에서는 1200명의 추모객이 자리를 지켰다. 정 추기경의 시신을 실은 운구차량은 낮 12시 20분경 조종(弔鐘)이 울리는 가운데 90년 인연을 맺은 명동대성당을 떠났다. 조문이 진행된 사흘 동안 문재인 대통령 부부를 비롯해 각계에서 4만6000여 명이 빈소를 찾았다.
한편 서울대교구는 2일 정 추기경의 유지에 따라 통장에 남긴 약 800만 원은 지역화폐로 바꿔 자신을 치료한 의료진과 봉사자 등에게 감사 선물로 전달한다고 밝혔다.
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