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상속세 논란]공제조건 까다로워 활용기업 적어
“다른 기업 회장들을 만나면 가장 많이 나누는 대화 주제가 ‘출구 전략’입니다.”
매출액 3200억 원 수준의 중견기업을 운영하고 있는 A사 회장은 자녀들을 생각하면 고민이 많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수백억 상속세를 내면서까지 이 고생스러운 기업 경영을 물려 줘야 하나 생각이 많다. 다른 중기들도 물려줄지 정리할지, 물려준다면 세금은 어떻게 낼지 다들 고민 중”이라고 전했다.
2일 재계에 따르면 중소·중견기업처럼 기업 지분이 가족에게 쏠려 있는 곳일수록 상속세 부담에 대한 우려가 큰 편이다. 거의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가 최대주주이기 때문에 20% 할증이 붙어 가업 승계를 어렵게 만든다는 것이다.
실제로 세계 1위 콘돔 생산업체 유니더스의 창업일가는 가업상속공제를 받으려 했지만 10년간 고용 및 임금 유지 등 까다로운 요건 때문에 결국 2017년 매각을 택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 1위 종자기술 기업인 농우바이오는 가업상속공제 대상도 되지 못했다. 고 고희선 회장의 자녀들은 1000억 원이 넘는 상속세 부담으로 2014년 농협경제지주에 보유지분을 매각했다.
지난달 26일 중기중앙회가 개최한 기업승계활성화위원회 토론회에서 조봉현 IBK경제연구소장은 “중소기업 10개 중 3개는 10년 내 승계가 필요한데 이 중에서 가업상속공제 요건을 갖춘 기업은 27%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김기문 중기중앙회장도 “중소기업의 승계는 개인의 부가 단순 이전되는 일반 상속과 달리 기업 생존을 위한 노력을 통해 근로자, 지역사회, 국가 경제에 기여하는 일”이라며 제도 보완을 요구했다.
김현수 kimhs@donga.com·박성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