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크니스 품바’. LG아트센터 제공
이 사람을 뭐라고 불러야 할지 망설여졌다. 그는 무대에서 줄곧 춤을 춰왔고, 직접 안무도 짠다. 춤 출 때 쓰는 음악 대부분을 직접 작사·작곡하며, 춤을 추면서 말도 하고 노래도 한다. 2장의 정규 앨범과 20여 곡의 싱글을 발표한 가수이기도 하다. 한때는 1년 간 꼬박 철학에 빠져 지내기도 했다. 자신이 ‘표현가’라고 불리길 원했던 그는 “다시 마음이 바뀌었다. 말, 노래도 결국 다 춤이자 안무였더라”라며 “그냥 안무가로 불러 달라”고 했다.
한국 현대 무용계의 독보적 아이콘 김재덕 안무가(37)가 대표작 ‘다크니스 품바’와 솔로작품 ‘시나위’를 서울 LG아트센터에서 7일, 8일 이틀간 공연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한 차례 미뤄진 끝에 재성사된 무대다.
1일 서울 서초구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계속된 공연 취소로 이전처럼 작품에 몰입하기 쉽지 않았다. 갑자기 공연이 취소될지 모른다는 걱정에 매사에 긍정적인 저도 몇 시간동안 허무주의에 빠져 ‘멍 때린’ 적도 있다”고 털어놨다.
김재덕은 공연 중 마이크를 잡아 노래하고, 마치 불경을 외듯 알아들을 수 없는 지베리쉬(Gibberish·횡설수설 말하는 대사)도 한다. 그는 “가수 고 신해철 씨의 ‘모노크롬’ 앨범에서 ‘품바가 잘도 돈다’라는 구절이 한 번 나온다. 고등학교 1학년 때 이걸 듣고 나중에 뭘 하든 이 대목을 살려보겠다고 다짐했다”는 창작동기를 밝혔다. 그는 이 구절에 무한 변주를 주면서 작품 음악을 작곡했다. 그는 “다 잘 되라고 기원하는 내용이지만 솔직히 큰 의미는 없다. 모든 비언어적인 춤, 대사 등은 관객이 받아들이고 느끼기 나름”이라며 웃었다. 당초 25분 길이의 작품은 60분으로 확장하면서 서사와 구성을 갖췄다.
2006년 첫 선보인 ‘다크니스 품바’는 무용계에서 꽤 유의미한 역사를 써왔다. 2019년엔 25일 동안 총 30회 공연했다. 대부분 3~4일 공연이 최대인 무용계에선 이례적이었다. 그는 “당시 한 원로 무용가가 ‘존경스럽다’고 전화를 주셔 놀랐다”며 “다만 매일 무대에 섰던 단원들은 ‘생명의 위협을 느꼈다’ ‘부상위험이 있다’고 털어놨다. 장기공연은 최소 두 팀으로 나눠서 해야할 것 같다”며 멋쩍게 웃었다.
작품은 일찌감치 세계에서 러브콜을 받았다. 무용수가 동경하는 영국 ‘더플레이스’, 미국 ‘케네디센터’ 등에도 올랐다. 22개국 38개 도시에서 공연했다. “안무가로서 운 좋게도 비교적 어린 나이에 작품을 인정받았다. 남이 만든 춤보다는 저만의 춤이 통했던 것 같다”고 했다.
‘시나위’는 김재덕 그 자체를 이해하기 좋은 작품이다. 즉흥적으로 알 수 없는 대사를 내뱉으며 격정적으로 움직인다. 그는 “큰 틀은 정해져있지만 작품 중 절반은 즉흥이다. 그때 그때 생각나는 걸 내뱉느라 ‘불가리 향수’ ‘전설의 용사 다간’이라는 말도 내뱉었다”고 했다. 그는 “우린 굳이 말로 설명하지 않아도 비언어적인 표현을 이해하는 능력이 있다”고 했다.
김기윤기자 pe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