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과 여자친구 성착취했다는 내용 청와대 청원에 후에야 경찰 신고 접수 "온라인 신뢰도 낮아 허풍으로 인식" "개인·집단 별 성적 감수성 차이 존재"
자신의 여자친구에게 여러 남성과 강제 관계를 맺게 했다는 글이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와 경찰이 내사에 착수한 가운데, 해당 글은 첫 등장 40일 이상이 지나서야 공론화돼 그 이유에 궁금증이 생기고 있다.
3일 경찰에 따르면 경찰청은 온라인 커뮤니티인 ‘에펨코리아’에 올라온 집단 성폭행 암시 익명 게시글의 작성자 등을 특정하기 위한 내사를 시작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 사건을 서울 마포경찰서 등 일선 서에도 배당한 상태”라고 전했다.
문제의 글이 에펨코리아에 게재된 시점은 지난 3월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3월19일 글이 게재되고 4월30일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 이 글을 고발하는 청원이 올라오며 사건이 수면 위로 드러나게 된 것이다.
이처럼 공론화가 신속히 이뤄지지 않은 이유로 전문가들은 우선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오는 글의 신뢰도가 낮다는 점을 지적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의 글들엔 전반적으로 과장이 많이 섞여 있어 이용자들이 잘 믿지 않고 넘긴다는 것이다.
윤김지영 창원대 철학과 교수는 “온라인 공간에 올라오는 것들은 허위인지 사실인지 밝히기 어렵다”며 “그런 글들이 올라왔을 때 클릭 수를 위해 자극적인 글을 썼다고 생각해 넘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승재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번 사안의 경우 사진이 올라왔다든가 피해자가 직접 이 내용에 대해서 이야기한 게 아니기 때문에 공론화가 더뎠던 게 아닌가 싶다”고 밝혔다.
성인지 감수성에 있어 개인 차가 존재한다는 점도 해당 글을 읽은 사람들이 사안을 심각히 여기지 않고 넘길 수 있었던 요인으로 파악됐다. 실제로 문제가 된 글엔 자신도 ‘초대’를 해달라거나 ‘좋은 것’은 나누자는 등의 댓글이 달렸다.
한국성폭력 상담소 최란 부소장은 “사람들마다 갖고 있는 감수성의 차이가 있다”며 “같은 현상을 두고도 누구는 문제라고 인지할 수도 있고 누군가는 아니라고 볼 수도 있다”고 했다.
다만 집단에 따라 경향성을 띨 순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 부소장은 “(해당 글을) 하나의 문화처럼 공유할 수 있었던 것은 해당 사이트 자체만의 문제라기보다는 소위 남초 사이트에서 보여지는 경향”이라며 “여성혐오적인 사회문화적 문제들과 동일한 맥락 선상에서 드러나고 있다”고 전했다.
윤김 교수도 “이런 사안을 민감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성인지 감수성을 가지고 있는지 여부에 따라 문제가 되기도 하고 묻힐 수도 있다”며 “읽는 이가 사실로 여겨도 신고하지 않고 자신도 끼워달라고 하는 등 문제가 한달동안 방치가 됐다는 것은 그 사이트의 성격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성착취 등이 나한테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허풍이든 진짜든 상관할 바가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