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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의료원장 “故이건희 회장 유족에 감사…국가는 투자에 인색”

입력 | 2021-05-03 21:16:00


정기현 국립중앙의료원장이 감염병 대응 시스템 구축에 7000억 원을 기부한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유족에 감사를 표했다.

정 원장은 3일 서울 중구 미군 공병단 부지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중앙예방접종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선뜻 큰 뜻을 내어준 기부자의 선의에 더할 수 없이 감사한 마음”이라며 이 같이 밝혔다. 앞서 고 이 회장 유족은 지난달 28일 총 1조 원을 의료분야에 기부했다.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청 국립중앙의료원은 유족의 뜻에 따라 5000억 원을 한국 최초의 감염병 전문병원인 ‘중앙감염병 전문병원’ 건립에, 2000억 원을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사용하기로 했다

정 원장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세계 일류기업이 국가 중앙감염병병원 건립을 지원하는 것은 고마운 일”이라며 “기부자의 뜻에 따라 세계 최고 수준의 감염병 대응 국가역량을 만들어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감염병 대응을 개인의 사회공헌에 기대게 하는 정부에 대해선 아쉬움을 드러냈다. 정 원장은 “세계 10위 경제대국이 된 지금도 중앙감염병병원이 민간 기업의 지원으로 만들어져야 한다는 것이 쑥스럽고 부끄럽기도 하다”며 “지금까지 국가는 위기 때마다 임기응변, 상황 모면에만 그쳤을 뿐 정작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투자에는 인색했다”고 비판했다. 사스, 메르스, 코로나19를 거치면서도 공중보건 대응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국가의 현실을 꼬집은 것이다.

국립중앙의료원은 기부금 관리를 위해 ‘기금운용특별위원회’를 설치하기로 했다. 고 이 회장 유족 및 삼성전자 관계자들은 특별위원회에 참여하지 않는다. 정 원장은 ”(삼성 측이) 위원회에서 잘 협의해 운영해 나가기를 바라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