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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월 107만원 학원비, 대출금에 노후 저당 잡힌 대한민국 40대

입력 | 2021-05-04 00:00:00

동아일보DB


대도시에 사는 40대의 절반은 무주택자이고, 자녀 학원비로 매달 107만 원을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나은행이 서울 부산 대구 대전 광주에 거주하는 40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주택 대출금과 자녀 학원비 탓에 40대 3가구 중 1가구는 국민연금 이외의 저축이 전무했다. 특히 저소득 가구의 절반은 코로나 사태 이후 생계비가 부족해 대출을 받았다고 한다. 40대는 임금 근로자 중 가장 비중이 높은 한국의 허리 세대다. 이들이 집값과 사교육비에 짓눌려 노후 준비에 손을 놓은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집값 폭등은 모든 세대에게 부담이지만 40대는 더 조급할 수밖에 없다. 이 시기까지 내 집 마련을 못 하면 자녀들은 성인이 될 때까지 셋집을 옮겨 다녀야 하기 때문이다. 도시 거주 40대의 절반이 무주택자이고, 집을 가져도 더 나은 집을 원한다. 통계상 주택보급률이 104%를 넘지만 수요자가 원하는 주택은 턱없이 부족하다고 봐야 한다. 공급을 지속적으로 늘려 이들이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늘려야 한다.

40대는 사회에 나올 때 외환위기로 취업에 어려움을 겪었다. 현재 다른 세대에 비해 실업률이 낮지만 안심할 상황은 아니다. 40대 취업자 수는 코로나 사태 이전부터 매달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고, ‘그냥 쉬었다’는 사람도 30만 명을 넘어섰다. 한창 일하고 자녀를 교육할 시기에 일자리를 잃으면 만회하기가 어렵다. 청년 실업이 장기화하면 다 큰 자녀의 생계까지 지금의 40대가 떠맡아야 한다는 점도 불안감을 키우는 요소다.

한국의 40대는 맞벌이 비중이 가장 높다. 부부가 함께 일하는데도 생계비가 부족해 대출을 받는 가구가 적지 않다. 자영업자 비중이 높아 코로나 사태의 직격탄을 맞은 것도 40대다. 불안한 노후 탓에 가상화폐 등 위험한 투자에 뛰어드는 가장들도 늘고 있다고 한다. 하나은행 조사에서 40대 가운데 노후 준비가 양호한 사람은 9%에 불과했다. 정부는 40대의 주택난, 사교육비, 일자리 불안 등 3고(苦)를 덜어주지 못한다면 미래에 사회 전체가 치를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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