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총장 후보에 지명된 김오수 전 법무부 차관이 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을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1.5.3/뉴스1
문재인 대통령이 어제 김오수 전 법무차관을 차기 검찰총장 후보자로 지명했다. 검찰총장은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친 뒤 대통령이 최종 임명한다. 총장은 2년의 임기가 보장돼 있어서 김 후보자는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총장이자 새 정부의 첫 총장이 될 가능성이 높다. 정치적 격동기에 검찰을 이끄는 엄중한 책임을 지게 되는 것이다.
김 후보자가 지명된 것을 놓고 검찰 안팎에서는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훼손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다. 김 후보자는 법무차관으로서 박상기, 조국, 추미애 전 장관을 22개월 보좌하는 동안 여권과 장관의 무리한 검찰 흔들기에 대해 한 번도 제 목소리를 낸 적이 없다. 2019년 9월에는 당시 조국 장관 일가 수사와 관련해 윤석열 검찰총장을 지휘라인에서 배제한 특별수사팀을 꾸리자고 검찰에 제안했다가 반발을 샀다.
법무차관 퇴임 이후 금융감독원장, 공정거래위원장, 감사원 감사위원 등 다양한 공직의 후보로 거론된 것도 일관된 친(親)여권 행보에 대한 ‘보상’ 성격이라는 관측이 나왔을 정도다. 박범계 법무장관은 최근 총장의 자질로 “대통령의 국정철학에 대한 상관성”을 거론해 ‘중립성 훼손 의도’ 논란에 휩싸였는데, 김 후보자는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가 선정한 후보 4명 가운데 여기에 가장 잘 부합하는 인물이라는 평가다.
더욱이 대선을 10개월여 앞둔 민감한 시점인 만큼 김 후보자는 검찰이 수없이 강조해온 ‘법과 원칙’을 지키겠다는 단호한 의지를 보여야 한다. 검찰이 제자리를 찾으려면 국민의 믿음을 회복해야 하고, 이는 새 총장이 확고한 정치적 중립 의지를 갖고 실천하는지에 달려 있다. 김 후보자는 자칫 정권의 호위무사라는 오명(汚名)을 남기지 않기 위해서라도 중립성을 생명처럼 여겨야 한다. 여권도 김 후보자의 성향을 이용해 정권에 불리한 검찰의 수사를 막아보겠다는 생각을 결코 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