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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대생 군대 보내 ‘이남자’ 표 얻겠다니… 정치 참 단편적으로 해”[이진구 기자의 對話]

입력 | 2021-05-04 03:00:00

여당 최연소 최고위원 지낸 박성민 씨




박성민 전 최고위원은 “지금 민주당에 가장 중요한 건 내로남불, 위선적인 자세부터 타파해 나가는 것”이라며 “애초에는 있었던 그 원칙과 상식을 다시 회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이진구 기자



《청년 정치인들이 겪는 어려움 중 하나가 ‘아직 미숙하지 않을까’라는 주변의 시선이다. 하지만 4·7 재·보궐선거 후 정치권에서 이탈한 20대 남자들 마음을 돌리겠다고 군 가산점을 부활하고, 여자도 군대 보내겠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을 보면 미숙함은 나이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 더불어민주당 박성민 전 최고위원(25)은 “우리가 진 것은 무능과 위선 때문이지 여자들 군대 안 보내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8월 여당 최연소 최고위원에 임명된 그는 지난달 초 선거 패배로 지도부가 일괄 사퇴하면서 물러났다.》


―군 가산점을 부활해주면 20대 남자들이 돌아오나.

“청년 유권자들에게 관심을 갖는 것은 완전 대찬성이다. 그런데 왜 20대 남성의 마음을 잡는 것에만 집중하는지 이해가 안 간다. 비율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대부분의 연령층에서 돌아섰기 때문에 진 것 아닌가. 우리가 진 건 무능하고, 위선적이고, 오만했기 때문이지 여성들을 군대 안 보내서가 아니다. 더군다나 군 가산점은 이미 20여 년 전에 위헌 결정이 났다. 사회적 합의가 끝난 문제를 왜 다시 끄집어내는지…. 청년들이 민주당에 원하는 게 정말 여성들 군대 보내는 거라 생각하는 걸까? 당장의 민감한 이슈를 건드려서 마치 민주당이 20대 남성들을 위해 뭔가 하고 있다는 식으로 보여주려는 게 아닌가 싶은데… 해법이 너무 얄팍하다.”

―선거 몇 달 전(지난해 10월)에도 당에서 BTS 병역면제 주장이 나왔다.

“본인들은 간다는데 왜 정치권이 부담을 주는 건지…. 병역제도는 우리 사회에서 아주 뿌리 깊은 틀을 이루고 있다. 수백 번의 국민 토론을 거치고 합의를 해도 엄청난 갈등이 생기는 사안이다. 그런 문제를, 본의는 아니더라도 잘나가는 연예인 빼주자는 것처럼 보이게 건드리면 안 되지 않을까? 접근법이 좀….” (순수예술 분야와의 형평성 차원이라 했지만 정치적 계산도 없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 “BTS가 군대 안 가면 당 지지율이 올라가나. 그리고 그걸 청년 문제로 보는 시각이 (당내에) 있는데 그 자체가 정말 청년을 모른다는 방증이다. BTS가 청년 문제와 무슨 관계가 있나. 잘살고 있는데…. BTS 군 문제를 언급하면 마치 청년들을 위해 뭔가 하고 있다는 걸로 착각하는 게 아닌가 싶다.”

※지난해 BTS가 빌보드차트 1위에 오르자 정치권에서는 BTS에게 병역특례를 줘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정작 가장 입대가 가까운 BTS의 진은 지난해 2월 기자회견에서 “나라의 부름이 있으면 언제든지 응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선거 패배 후 ‘역사 공부 더 한다고 민주당 찍지 않는다’고 했는데… 무슨 뜻인가.

“이번 선거 캠페인 중에 ‘우리는 다시 독재정권 시대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게 있었다. 그걸 보고 굉장히 올드(old)하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독재정권이 나쁘다는 걸 누가 모르나? 청년들도 5·18민주화운동에 대한 의식이 있다. 그런데 당에는 20대 유권자들은 역사를 잘 모른다는 시각이 있다. ‘너희들은 독재정권을 경험해 보지 못했잖아. 역사를 안다면 우리를 찍어야 해. 왜냐하면 쟤들은 나쁜 놈들이니까.’ 이런 생각이 굉장히 뿌리 깊다. 20, 30대 유권자들이 민주당을 안 찍는 걸 우리가 잘못해서라고 생각하지 않고 ‘젊은층들이 아직 뭘 잘 몰라서’라고 여기는 거다. 그러다 보니 자신들의 역사적인 경험을 가르치고, 주입시키려 한다.”

―지도부에서 얘기를 좀 하지 그랬나.

“했다. 청년들이 역사를 몰라서 민주당을 안 찍는 게 아니고 정치를 잘했는지, 못했는지를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투표한다고…. 왜 청년들의 투표를 미성숙한 시민들의 미성숙한 행위로 여기는지 답답하다. 청년들이 원하는 건 우리들의 삶의 문제를 해결하는 유능한 정치를 보여 달라는 거다. 그러지 못해서 졌는데 해법이 군 가산점 주고, 여자들 군대 보내자니…. 이게 국정을 책임진 여당이 해야 할 정치인가? 청년들은 이미 충분한 기준을 갖고 투표를 한다. 그 심판을 받아들여야지 왜 ‘얘들이 뭘 잘 몰라서 그래, 정치에 관심이 없어서 그래, 보수화돼서 그래’ 이런 식으로 자꾸 호도하는지….”

―올 초 정의당 김종철 대표의 성추행 사건이 발생했을 때 피해자인 장혜영 의원과 연대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처지에서 그런 말을 하기가 쉽지는 않았을 텐데….

“민주당 소속으로 이런 말 하는 게 부끄럽지만… 우리 사회는 피해자들이 자꾸 자문을 하게 몰아간다. ‘내가 많이 예민했나?’ ‘피해 사실을 밝힌 게 잘못한 건가?’라는 질문을 자기 자신에게 던지게 만든다. ‘네가 잘못한 건 아니야?’ ‘그 사람이 그럴 사람이 아닌데?’ 이런 말들이 따라오는 사회는 잘못된 거다. 그래서 장 의원이 잘못한 게 아니고, 또 당신처럼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 조문은 갔었나. 민주당에서는 많이 갔는데.) “그때는 내가 최고위원이 되기 전에 당 청년 대변인을 할 때였는데… 사람들이 함께 가자고 했지만 나는 가지 않았다. SNS에 추모 글은 올렸지만….” (추모 글은 올렸는데 조문은 안 갔다?) “박 전 시장이 생전에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일을 했다는 걸 부정할 생각은 없으니까. 그런 의미에서 추모 글을 올렸는데… 조문까지는 못 가겠더라.”

―당내에 개혁을 더 강하게 하지 않아 선거에서 졌다는 사람들이 있다.

“왜 졌는지 정말 진지하게 성찰했다면… 우리가 개혁을 덜해서 졌다는 건 말이 안 된다. 오히려 개혁이라는 이름 아래 국민의 삶을 소홀히 한 데 대한 심판을 받은 것 아닌가. 그동안 해온 개혁을 잘 매듭지을 필요는 있지만 더 강한 개혁을 외치는 건 이번 선거 결과를 완전히 오독하는 거다.” (하지만 반성 입장을 냈던 초선 5명은 강성 지지층의 극심한 공격을 받았고, 장경태 의원은 결국 사과했다.) “그분들이 당이 망하라고 고사를 지낸 것도 아닌데… 의도가 있다, 생각이 다르면 나가라, 이런 식으로 공격하는 건 문제가 있다. 모두가 내가 가는 길로만 가야 하는 것도 아니고….”

―국회의원도 강성 지지층의 공격을 받고 하루 만에 입장을 번복했는데 당신은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을 건드렸다.

“추 전 장관 아들의 휴가 문제가 불거졌을 때 지도부에서 너무 사법적으로 대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엄마(추 장관)가 전화한 게 아니라 보좌관이 한 거라 문제없다는 식으로 엄호했으니까. 그래서 최고위원회의에서 ‘평범한 청년들에게는 보좌관이 없다’는 게 이 문제의 핵심이라고 얘기했다. 나름대로는 진영 논리로 싸우는 게 너무 심화돼 있어 우리가 유턴할 수 있도록 돕자는 생각에서 했는데….”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는 속담도 있는데.) “그냥 심호흡 한 번 하고 했다.”

※그는 지난해 11월 추 전 장관의 ‘휴대전화 비밀번호 공개법’에 반대해 친문 지지층의 소위 ‘조리돌림’ 대상이 됐다. 그의 페이스북에는 ‘어리다고 다 용서가 안 되니까 나대지 말라’ ‘24살 그냥 웃지요’ ‘이낙연 라인 잘 타서 최고위원 타이틀 거저 얻었다’ 등의 댓글이 달렸다.

―청년들은 아직 전문성이나 경험이 부족하다는 시각이 있다.

“부족한 부분이 있는 건 사실인데…. 그런데 그런 기준을 다 채울 수 있는 사람이나 계층, 연령은 또 어디에 있는지 반문하고 싶다. 기성 정치인들이라고 다 충족하는 건 아니지 않나. 그런데 유독 청년들이 제대로 못하거나 실수했을 때는 ‘역시 젊으니까 미숙해서…’라는 식으로 프레임을 씌운다. ‘청년들이 왜 정치를 해야 해’라는 질문 속에 이미 ‘아직 미숙하고 부족한 청년들은 정치를 하면 안 된다’는 시각이 깔려 있는 것 아닌가. 왜 청년들은 그걸 매번 증명해 내야 하는지…. (부족한 부분이 많은) 나이 든 정치인들에게는 요구하지 않으면서….”

―좀 다른 얘기인데, 인터뷰를 꽤 했는데 의외로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는 못 본 것 같다.

“안 부르던데… 부를 만도 한데 왜 안 불렀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마도 당에 대한 지적을 많이 해서 그런 게 아닌가 싶다. 당을 막 옹호하고 강변하고 이러지는 않았으니까 (뉴스공장과) 안 맞는다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하하하."


박성민의 말·말·말△“평범한 청년들에겐 보좌관이 없다.”(아들 휴가 의혹에 추미애 전 장관이 보좌관에게 부대 장교 전화번호를 전달한 건 보좌관에 대한 지시가 아니라고 하자)
△“본인들이 간다는데 왜 정치인들이 나서나.”(여당 내 BTS 병역특례 주장에 대해)
△“단언컨대 ‘원래 민주당 편’이었던 계층은 없다. 환상에서 깨야.”(재·보궐선거 직후)
△“역사 더 공부해도 민주당 찍지 않아.”(역사를 알면 민주당을 찍어야 한다는 주장에)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