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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 ‘기소권 유보 이첩’ 강행…검찰과 갈등 재고조

입력 | 2021-05-04 11:51:00

공수처, '사건사무규칙' 제정·공포
이첩사건 기소권 행사 근거 명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사건사무규칙에 ‘기소권 유보부 이첩’ 조항을 넣었다. 공수처법은 ‘사건’ 이첩을 규정하고 있는데 규칙으로 ‘권한이첩’의 근거를 만든 것이다.

검찰은 기소권을 유보한 채 수사권만 이첩할 수 있다는 공수처의 주장은 법령상 근거가 없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밝혀온 터라 양측의 갈등은 더욱 첨예해질 전망이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는 이날 사건 접수 절차와 사건 이첩 기준 등 사건사무처리에 관한 전반적인 업무 관련 사항을 담은 사건사무규칙을 제정·공포했다.

논란이 되는 대목은 규칙 25조 2항이다. 이 조항은 검찰 등 다른 수사기관으로의 사건 이첩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는데 ‘처장은 (사건을 이첩받았던) 해당 수사기관이 수사 완료 후 사건을 수사처(공수처)로 (재)이첩해 줄 것을 요청할 수 있다’고 했다. 공수처가 검찰에 사건을 이첩하더라도 기소 여부는 직접 판단하겠다는 취지다.

판·검사와 경무관 이상 경찰공무원 사건에 한해 기소권을 갖고 있는 공수처는 이들에 대한 사건을 검찰로 이첩할 때 기소권을 누가 가질 수 있는지를 놓고 힘겨루기를 벌여왔다.

포문은 공수처가 열었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의혹 사건과 관련해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사건, 이규원 검사 사건 등이 검찰로부터 이첩됐는데 이를 지난 3월에 재이첩하면서 ‘수사만 하고 기소 시점에 다시 송치하라’고 요구한 것이다.

그러자 검찰은 지난달 초 공수처의 이러한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이 사건과 관련한 이 검사 등 일부 피의자를 기소했다. 공수처법에 ‘사건’을 이첩하도록 돼 있기 때문에 공소권을 유보한 채 수사권만 이첩할 수 없다는 주장도 분명히 했다.

공수처는 검·경과 사건 이첩 기준 등에 관한 협의에 나섰으나 이견은 좁혀지지 않았고 이런 와중에 검찰에 이첩한 사건에 대한 기소권 행사 규정 근거를 규칙에 명시한 것이다. 검찰이 ‘제 식구 감싸기’ 식으로 사건을 처리할 수 없도록 견제하는 효과도 노린 것으로 풀이된다.

공수처는 검·경과의 협의체를 가동해 이 규칙의 해석과 적용에 따른 갈등을 해결해 나가겠다는 방침이지만 기본적으로 “사건사무규칙은 대통령령에 준하는 효력이 있다”는 입장이어서 검찰과의 힘겨루기는 계속될 전망이다.

이창현 한국외대 교수는 “공수처법에 ‘사건’을 이첩한다고 명문화돼 있는데 그것(기소권 유보부 이첩)을 규칙으로 두는 건 법률에 반한지 않나”라며 “공수처장이 먼저 꺼낸 거니까 일단 밀고가는 거 같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새로운 수사기관이 생겼기 때문에 이런 갈등은 사실상 예상됐다”며 “대법원 판단도 받고 헌재(헌법재판소) 결정도 나오고 하면 조정이 될 것이다. 지금은 과도기”라고 설명했다.


[과천=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