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년여 지난 4일 빌과 멀린다의 트위터 팔로어들은 새벽에 날아든 문자에 깜짝 놀랐다. “인생의 다음 단계에서 커플로서 함께 성장할 수 있다고 더 이상 믿을 수 없게 됐다”는 이혼 고지였다. 사유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둘은 ‘빌 앤드 멀린다 게이츠 재단’을 통해 코로나19 퇴치에 나서는 등 이상적 동반자의 전형이었기에 많은 이들이 안타까워한다.
▷멀린다에게 1987년 입사한 MS는 첫 직장이었다. 2년 차 때 사장인 빌과 비밀 데이트를 시작했고 마케팅 매니저로 일하던 중 결혼해 전업주부가 됐다. 하지만 세 자녀를 낳은 뒤 빌과 세계 최대 공익재단을 만들면서 사회활동을 재개해 2016년엔 포보스 선정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4위에 올랐다.
▷2위 부자인 루이뷔통모에에네시(LVMH)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72)은 1990년대 초 이혼했다가 재혼했다. 3위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50)는 세 번째 부인인 캐나다 출신 가수 그라임스와 살고 있지만 할리우드 여배우들과의 염문이 끊이지 않는다. 세계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부자 중에는 2012년 결혼한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37)만 이혼 경력이 없다.
▷“빌과 멀린다도 회색이혼(gray divorce) 함정에 빠졌다”는 말이 미국인들 사이에서 나온다. 미국 전체 이혼율은 떨어지는데 50세 이상만 높아지는 걸 설명하는 용어가 회색이혼이다. 1946∼1965년에 태어나 개인 행복을 중시하는 베이비부머들이 배우자의 부정(不貞)을 용인하지 않는다는 점이 이유로 꼽힌다. 늘어난 수명과 건강 개선도 주요 원인이다. 66, 57세 부부의 결별 사유가 “함께 성장(grow together)할 수 없어서”란 게 의미심장하다.
박중현 논설위원 sanju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