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민헌 경찰개혁본부장·경찰청 차장
1945년 10월 21일 경찰 창설 이후 우리나라는 줄곧 중앙집권적 국가경찰 단일체계로 국민 안전과 법질서를 유지해 왔다. 약 76년 만에 전면 시행되는 자치경찰제는 시민들의 삶에도 많은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첫째, 기존 국가경찰제에서는 한계가 있던 지역적 특성을 고려한 치안 시책 설정과 적절한 인력 및 장비의 배분이 가능해진다. 자치경찰제가 시행되면 시도 경찰청 및 산하 경찰서, 지구대·파출소에서 수행하는 자치경찰사무를 지휘·감독하는 자치경찰위원회가 각 시도에 설치된다. 자치경찰위원회는 지역주민의 의사를 반영해 자치경찰사무에 대한 주요 정책을 수립하게 된다. 예산 수립과 감사권, 감찰·징계요구권 등도 가지고 있어 권한의 이행력도 담보하게 된다. 특히 자치경찰위원회에 민원 창구가 마련되기 때문에 주민의 요구를 반영하는 경찰 기관으로 거듭날 것으로 기대된다.
아울러 치안행정과 지방행정이 유기적으로 연계되면 경찰서와 지방자치단체로 이원화된 행정절차가 일원화되는 등 절차가 간소화되고, 그로 인해 주민 편익도 증대될 것이다. 예를 들어 교통안전 시설을 설치할 때 경찰이 심사하고, 시도는 결과를 통보받아 예산을 집행하는 식으로 역할을 나눴으나, 자치경찰제 도입 이후에는 심사와 집행이 한 번에 이뤄진다.
마지막으로, 독점적이던 치안 분야에도 경쟁 원리가 도입된다. 17개 시도와 시도 경찰청이 보다 나은 치안 서비스를 위해 경쟁하는 체제로 변모하는 것이다. 이는 경찰 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전환점이다. 지역의 경찰활동이 주민들로부터 냉정하게 평가받을 것이고, 경찰관들은 주민의 요구를 경청하고 살뜰히 챙기게 될 것이다.
제도의 급격한 변화로 치안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하지만 한국형 자치경찰제는 기존 경찰관 신분과 인력은 그대로 두면서 112치안종합상황실과 고속도로 범죄 등 긴밀히 공조할 기능은 국가경찰의 관리와 책임 영역으로 남겨뒀다. 이미 검증된 우수한 치안 시스템 골격은 그대로 유지한다.
이제 자치경찰제 전면 시행을 목전에 두고 있다. 운용 주체들의 공감과 지지가 제도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다. 주민과 경찰, 그리고 지자체 모두가 함께 뜻을 모아 한국형 자치경찰제가 활짝 꽃피우기를 기대한다.
송민헌 경찰개혁본부장·경찰청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