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게이츠 부부 이혼]게이츠-멀린다 ‘세기의 이혼’
빌 게이츠와 멀린다 게이츠의 이혼은 두 사람이 부부 사이를 넘어 세계적인 자선사업가로서 ‘동지’ ‘동반자’ 관계를 오랫동안 보여 왔기 때문에 예상 밖의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둘은 사업으로 일군 거대한 부를 빈곤 퇴치 등을 위해 쓰면서 사회공헌에 이바지했다는 점에서 ‘모범적인 부부’로 평가를 받아왔다. 하지만 세상에 알려진 것과 달리 둘의 부부 관계는 수년 전부터 삐거덕거리고 있었다는 증언이 나오고 있다.
○ 사내 커플에서 자선사업 ‘동지’로
둘은 1987년 마이크로소프트(MS)에서 처음 만났다. 당시 멀린다는 빌 게이츠가 1975년 세운 이 회사의 마케팅 담당 책임자로 일하고 있었다. 멀린다는 2019년 회고록에서 “당시 사내 직원들끼리 저녁 자리가 있었는데 좀 늦었더니 모든 테이블이 채워져 있었고 딱 한 테이블에 두 자리가 나란히 비어 있었다”며 “내가 그중 하나에 앉았고, 몇 분 뒤에 빌이 와서 옆자리를 차지했다”고 썼다. 몇 개월 뒤 빌 게이츠는 데이트 신청을 했고 둘은 연인 사이가 됐다.사귄 지 1년 정도 지나 빌 게이츠는 결혼할지, 헤어질지를 선택해야 하는 기로에서 고민을 했다고 한다. 멀린다는 2019년 ‘인사이드 빌스 브레인’이라는 넷플릭스 다큐멘터리에서 “빌의 침실로 들어가 보니 그가 방 화이트보드에 결혼하면 좋은 점과 나쁜 점 리스트를 만들어 적어 놓았다”고 회고했다. 멀린다는 같은 해 영국 선데이타임스 인터뷰에서 “그는 자신이 결혼을 결심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던 것은 ‘내가 일과 가정생활의 균형을 잘 맞출 수 있을까’ 하는 고민 때문이라고 분명히 말해줬다”고 했다.
○ “이전에도 수차례 파경 위기 넘겨”
멀린다는 결혼 생활 초기 첫아이를 낳은 뒤에도 남편이 일에만 열중해 외로움을 느꼈다고 회고록에 털어놨다. 때로는 자신이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사람처럼 느껴져 동등한 파트너십을 만들기 위해 싸워야 했다는 표현도 나온다. 재단 운영 과정에서도 잡음이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2013년 멀린다가 빌 게이츠에게 재단의 연례 서한을 앞으로는 공동 집필하자고 제안했는데 거부당했고 이 때문에 싸우기도 했다. 로이터통신은 “이혼 전까지 멀린다가 남편의 그늘에서 벗어나기 위한 긴 여정이 있었다”고 전했다. 둘 사이에는 제니퍼(25)와 아들 로리(21), 피비(18) 등 3남매가 있다. 장녀 제니퍼는 3일 인스타그램에 “모든 가족에게 힘든 시간이었다”며 “이혼에 대해 더는 언급하지 않겠지만 여러분의 친절한 말과 지지가 매우 소중하다”고 적었다. 멀린다는 법원에 낸 이혼신청서에 자신의 이름을 결혼 전 성(姓)인 ‘프렌치’를 포함해 ‘멀린다 프렌치 게이츠’로 적었다.
○ 재산 분할 이미 합의
1994년 미국 하와이주에서 열린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빌 게이츠(왼쪽)와 아내 멀린다(오른쪽)의 결혼식에서 신부가 하객과 포옹하고 있다. 하와이=AP 뉴시스
부인 멀린다가 이혼 신청 법원에 제출된 둘 간의 이혼신청서에는 이혼 신청인이 멀린다, 피신청인은 빌 게이츠로 각각 적혀 있다. 아래에는 ‘결혼 생활이 돌이킬 수 없는 파탄에 이르렀다’고 적혀 있다. 미 연예매체 TMZ
베이조스 재산분할 39조원… 브린은 비밀에 부쳐
이혼 재산분할 역대 사례는사업가 겸 아트딜러인 앨릭 윌든스타인은 1999년에 이혼했는데 21년 동안 결혼 생활을 했던 아내 조슬린 윌든스타인은 재산 분할로 38억 달러를 받았다. 이혼 당시 두 사람의 사치와 초호화 생활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법원은 성형 중독인 조슬린에게 재산 분할로 받은 돈으로는 성형을 해서는 안 된다는 명령을 내리기도 했다.
미디어 재벌 루퍼트 머독은 31년의 결혼 생활을 1999년 마무리했다. 이혼과 관련한 구체적인 조건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당시 배우자 애나 토브가 17억 달러에 이르는 재산을 나눠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영화배우 멜 깁슨의 이혼은 할리우드 역사에서 가장 많은 재산 분할 액수를 남겼다. 깁슨과 26년간 결혼생활을 유지했던 로빈 무어 깁슨은 4억2500만 달러를 받았는데 당시 멜 깁슨이 갖고 있던 전 재산의 절반에 해당하는 액수였다.
‘27년 모범 부부’ 빌과 멀린다, 세계가 놀란 ‘세기의 이혼’
“더는 함께 성장 못해” 공동성명164조원 규모 재산 분할 합의
빌 게이츠와 멀린다는 3일(현지 시간) 트위터에 공동성명을 내고 “우리 관계에 대한 많은 생각과 노력 끝에 결혼 생활을 끝내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둘은 “우리는 3명의 놀라운 자녀를 키웠고 사람들이 건강하고 생산적인 삶을 살 수 있도록 세계에서 활동하는 재단을 설립했다”며 “우리는 그 임무에 대한 믿음을 계속 공유하고 재단에서 계속 함께 일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하지만 우리는 인생의 다음 단계에서 더는 함께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믿지 않는다”며 “새 삶을 개척하는 동안 우리 가족에게 공간과 사생활을 보장해 달라”고 썼다.
로이터통신 등은 두 사람이 이날 미국 시애틀 킹카운티법원에 이혼 신청서를 냈다고 보도했다. 미국 언론에 공개된 내용을 보면 이혼 신청인은 멀린다, 피신청인은 빌 게이츠로 각각 기재돼 있다. ‘혼인 관계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파탄에 이르렀다’는 내용이 신청서에 담겨 있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 조유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