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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美 압박에 마주앉은 韓日, 감정대결 멈추고 외교 되살릴 때

입력 | 2021-05-06 00:00:00

정의용 외교부 장관(왼쪽)과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이 5일 영국 런던에서 열린 한일 외교장관 회담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외교부 제공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상이 어제 주요 7개국(G7) 외교·개발장관 회의를 계기로 영국 런던에서 만났다. 두 장관은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 함께한 3자 회담 이후 자리를 옮겨 양자 회담을 열었다. 정 장관은 2월 취임 이래 언제든 모테기 외상과 만나겠다고 했지만 통화조차 못 한 상태였다. 두 장관은 과거사 문제 등 현안에서 여전한 입장차를 보였다. 다만 미래지향적 관계를 위해 외교적 소통을 계속하기로 했다.

한일 외교장관은 이번에도 한미일 3자에 이은 양자 회담의 형식으로 만났다. 하지만 만남이 성사될 때까지 일본 측은 한국의 거듭된 요청에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그러면서 “만난다 해도 서서 얘기하는 형식이 될 것”이라는 말을 일본 언론에 흘렸다. 만나기 싫지만 미국을 봐서 마지못해 만나주겠다는 식의 국내용 언론플레이였다. 국제적 다자 회담을 계기로 으레 한미일 3자, 한일 양자 회담이 열렸던 전례에 비춰 봐도 고압적 태도가 아닐 수 없었다.

한일 갈등이 과거사 문제에 원전 오염수 문제까지 겹친 상황에서 최근 한국 법원의 위안부 소송 각하 판결을 계기로 일본은 더욱 오만한 자세를 보였다. 과거사도 오염수도 문제의 근원은 일본에 있음에도 한일 갈등의 책임이 한국에 있다는 듯 무례한 태도였다. 하지만 일본 탓만 할 수는 없다. 전임 정부의 한일 합의를 부정하고 국내 정서에 편승한 문재인 정부의 외교도 그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한일관계 개선 압박까지 직면하면서 공세적이던 한국의 대일 외교는 유화적으로 바뀔 수밖에 없었다.

한미일의 이해관계가 늘 일치할 수는 없다. 한미일이 당장 우선순위에 놓는 현안도 제각각이지만 3국 공조는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미국은 중국 견제를 위해, 한국은 북핵 해결을 위해, 일본은 도쿄 올림픽을 위해 협력과 지원이 필요하다. 한국도 일본도 사실상 미국에 손목이 비틀려 만났지만, 이제라도 진정 필요한 게 뭔지 따져 가며 관계 복원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 시작은 상대의 감정을 건드리지 않는 상호존중의 외교를 회복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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