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창 경제부 기자
“○○코인―매수가 550원 부근, 매도가 625원 부근, 750원 자율.”
“이분 족집게예요. ‘픽(추천)’ 대기하세요.”
암암리에 성행하는 코인리딩방에선 시세조종이나 불공정거래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지만 단속할 법적 근거는 사실상 없다. 가상화폐는 주식과 달리 자본시장법이 규정한 금융투자 상품이 아니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피해가 발생하면 경찰 수사를 통해 얼마를 어떻게 사기 쳤는지 확인 후 처벌하면 되고, 이를 통해 그런 행위들이 방지가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형법상 사기로 처벌할 수 있다는 입장인데, 돈을 넣은 사람들의 관점에선 피해가 발생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뜻이나 마찬가지다.
주식이라면 어떨까. 누구나 신고만 하면 할 수 있는 유사투자자문업자들은 카카오톡 등에서 일대일 투자 상담을 해주는 주식리딩방을 아예 운영할 수 없다. 그럼에도 ‘○○인베스트’ ‘○○스톡’ 등의 이름을 내걸고 일대일로 종목, 매수·매도 가격 등을 찍어주는 주식리딩방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자 금융당국은 투자자문업 등록을 한 업체만 주식리딩방을 운영하게 법을 바꾸기로 했다. 당국이 유료 채팅방에 들어가 일대일 상담 현장을 확인하지 않아도 유사투자자문업자들이 양방향 온라인 채널을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처벌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주식리딩방 신고 포상금도 최대 20억 원으로 올렸다.
가상화폐와 거래소가 난립하고 주식과 부동산시장에서 소외된 2030세대 등이 코인 투자에 몰려들면서 코인 거래대금이 주식시장을 넘어섰지만 관리감독은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정부의 시각도 4년 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홍남기 국무총리 직무대행 겸 경제부총리는 지난달 27일 가상화폐가 금융자산이 아니라고 선을 그으며 “경제적 가치가 있으니까 시장에서 거래가 되는 자산”이라고 설명했다. 그의 말처럼 가상화폐가 금융자산이 아니더라도 경제적 가치가 있고 시장에서 거래가 되면 이를 활용해 이익을 얻으려는 이들이 생겨나는 건 당연하다.
정부가 코인을 그저 ‘도박’으로 보고 투자자 보호의 사각지대에 방치하고 있는 지금도 수백 명이 모인 오픈채팅방에선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이 누군가가 올린 코인 가격 그래프를 보며 차트 읽는 법을 배우고 있다. 이들을 노리는 시세조종 세력에게 노출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안전장치도 마련하지 않고 개인이 알아서 코인방 위험을 피하라고 하는 건 가상화폐 초창기 때나 통하던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