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만 더 깊어진 ‘반도체 밀월’
미국 정부와 대만 반도체 기업 TSMC의 밀월 관계가 깊어지며 국내 반도체업계에 미칠 영향이 주목받고 있다. 대만 현지 TMSC 공장 전경. TSMC 제공
4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은 세계 1위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기업 대만 TSMC가 미국 애리조나에 3년 내 5개 공장 증설을 추가로 계획하고 있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2024년부터 가동을 시작하는 애리조나 1공장에 더해 총 6개의 공장을 미국에 짓겠다는 것이다. 반도체를 사이에 둔 미국과 대만의 밀월(蜜月)관계가 깊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로이터에 따르면 익명을 전제로 한 3명의 핵심 관계자가 TSMC의 이 같은 계획을 전했다. 한 관계자는 “TSMC는 1공장 부지를 확정할 때 이미 추가 증설을 위한 땅도 충분히 확보했다”고도 말했다. TSMC는 지난달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애리조나에서 2024년부터 월간 웨이퍼 2만 장 규모의 5나노 공정 생산을 시작한다”며 “추가 증설은 가능하지만, 1공장 효율성과 수요 등을 고려해 다음 단계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러만도 장관은 또 “중장기적인 해법은 미국에서 직접 더 많은 반도체 칩을 생산하는 것”이라며 “지금 우리는 첨단기술 칩을 미국에서 0% 생산하고 있다. 그것이 문제다. 30%는 생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 정부가 반도체의 미국 내 생산을 독려하고 TSMC가 투자 확대 시그널로 화답한 셈이다. 미국과 대만의 ‘반도체 동맹’이 강화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도 이달 1일 최신호에서 대만을 “지구상에서 가장 위험한 곳”이라며 “미국이 중국의 대만 무력진압 시도를 막기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어 “(중국 공격으로) TSMC가 멈추면 전 세계 전자산업은 계산할 수도 없는 비용을 치러야 한다”고 덧붙였다.
당장 삼성전자도 이달 21일로 다가온 한미 정상회담을 전후해 미국 투자를 발표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국내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미국과 대만의 반도체 동맹 강화가 한국 기업에 기회가 될 수도, 위협이 될 수도 있다. 투자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도록 전략적인 행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곽도영 기자 now@donga.com / 뉴욕=유재동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