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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법원 “의료용 산소 부족해 코로나 환자 사망, 집단학살 범죄”

입력 | 2021-05-06 03:00:00

“의료기관, 산소 지속 조달할 의무”
인도, 최근 2주간 분당 2명꼴 사망
‘고강도 봉쇄’ 놓고 여야 대립 계속




인도 우타르프라데시주 알라하바드 고등법원이 4일 “의료용 산소 부족으로 인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 사망은 집단학살이나 마찬가지인 범죄행위”라고 판단했다. 이날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누적 확진자 2000만 명을 넘은 인도에서는 지난달부터 일일 신규 확진자가 35만∼40만 명대를 기록하고 있다.

법원은 최근 알라하바드 주민들이 지역 의료기관을 상대로 낸 공익소송 재판에서 “병원에 산소가 공급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코로나19 환자가 숨진 것은 범죄행위”라며 “의료용 산소를 지속적으로 조달할 의무가 있는 이들에 의한 집단학살이나 다름없다”고 했다. 또 “과학이 발달해 심장 이식과 뇌수술이 이뤄지는 시대에 어떻게 이런 식으로 사람들이 죽게 내버려 둘 수 있는가”라고 질타했다. 법원은 “의료용 산소를 충분히 공급했다”는 주 정부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개선 조치를 요구했다. 재판부는 시민들이 산소를 사재기하고 산소를 구걸하는 저소득층의 모습이 담긴 동영상을 제시하며 “산소를 충분히 공급했다는 주 정부의 주장과 정반대”라고 꼬집었다. 4일 델리 고등법원 역시 연방정부를 상대로 제기된 공익소송에서 코로나19 환자 치료에 의료용 산소가 충분히 공급되지 않은 이유를 공개하라고 명령했다.

한국의 헌법소원과 유사한 공익소송은 시민이 법원에 보낸 편지와 제보만으로도 재판을 열 수 있는 인도 특유의 사법 절차다. 피고는 국가, 중앙정부, 주 정부로 제한된다. 특정 공무원에 대한 유무죄 판결이 아닌 정부 차원의 정책 도입 등을 명령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4일 미 CBS는 최근 2주간 인도에서 시간당 120명이 코로나19로 숨졌다고 전했다. 분당 2명이 죽은 셈이다. 최근 서벵골 지방선거 등에서 압승한 제1야당 인도국민회의(INC)는 이날 나렌드라 모디 총리에게 “코로나19 사태를 진정시키려면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강도 높은 전국 봉쇄가 필요하다”며 의료 붕괴로 봉쇄 말고는 대안이 없다고 촉구했다. 모디 정권은 지난해 3∼7월 전국 봉쇄 당시 경제 악영향이 심각했다며 주저하고 있어 이를 둘러싼 여야 대립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