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외상센터: 골든 아워’ 홍비치라 작가 “초등생때부터 만화가 꿈꿨지만, 메디컬 일러스트가 벼락처럼 다가와 시작할땐 1장당 100번 수정하기도 해”
네이버 화요일 웹툰 ‘중증외상센터: 골든아워’의 홍비치라 작가. 인천=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2012년, 대학 만화과를 갓 졸업한 젊은이가 서울 강남 한복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다. 성형학 세미나 현장에서 캐리커처를 그려주는 일이었다. 누군가 다가와 대뜸 “메디컬 일러스트도 그릴 수 있나요?”라고 물었다. 성형외과 전문의라고 했다. 젊은이는 “그려본 적은 없지만, 그려보겠다”고 했다.
당찬 이 젊은이는 현재 네이버 웹툰 상위권을 장식하는 작가가 됐다. 2019년 12월 연재를 시작한 ‘중증외상센터: 골든 아워’의 홍비치라 작가(32)다. 인천에 있는 작업실에서 4일 홍 작가를 만났다.
그는 최근 중증외상센터 1부를 마치고 연재 이후 첫 휴재에 들어갔다. 3주간 가족, 지인들과 휴식을 취한 것도 잠시. 그는 22일 시작하는 2부 연재를 앞두고 고군분투하고 있다. 10m² 정도 되는 작업실 곳곳에는 주인공 백강혁 그림과 참고자료인 책 ‘CIBA 원색도해의학총서’ 세트(정담) 등이 있었다.
순정 만화체인 캐릭터와 지극히 현실적인 장기 그림이 어우러진 중증외상센터는 홍 작가의 정체성과 닮았다. 그는 메디컬 일러스트 일을 겸하며 2014년 로맨스물인 ‘카사노바의 키스’로 데뷔했다. ‘카사노바…’를 연재할 즈음 메디컬 일러스트 업체인 비치라코믹스를 창업했고, 2018년 로맨스물 ‘루나’를 연재했다. 그러다 2019년 한산이가 작가의 웹소설 ‘중증외상센터: 골든 아워’를 읽고 웹툰으로 만든다는 소식에 자청했다.
일주일에 한 편을 그려내기 위해 그는 휴일도 없이 하루 15시간 이상 일한다고 했다. 가장 어려운 건 원작을 각색하는 것. “웹툰 한 회를 만들려면 1만5000자인 소설을 5000자로 압축해야 해요. 그 작업을 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그는 매일이 설렌다고 한다. 그는 “제 인생에 이렇게 많은 의사들과 함께 일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제 전문 분야가 아니기 때문에 그려냈을 때 성취감이 크다”며 “앞으로도 저만의 색깔로 사람들에게 여러 감정을 느끼게 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인천=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