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적극 육성 직업계高 취업난-정부 기업 무관심에 빛잃어… 취업해도 ‘질 낮은 일’에 퇴사 일쑤 4차 산업혁명 등 변화 못따라가 학교측 “예산 줄어 시설 보강 못해”… “직업교육 진흥 제도적 장치 마련을”
이명박 정부가 고졸 취업의 해법으로 적극적으로 육성했던 직업계고가 최근 취업난과 정부 및 기업의 무관심 속에서 빛을 잃고 있다. 졸업생의 취업률이 반 토막이 난 데다 학교에 대한 지원도 예전만 못하다는 게 학생과 학부모, 교사들의 불만이다.
5일 교육부에 따르면 직업계고 취업률은 2009년 16.7%로 바닥을 찍고 매년 상승해 2017년 50.6%까지 올랐다. 하지만 2018년부터 하락세로 돌아선 뒤에 지난해에는 27.7%까지 추락했다. 어렵게 취업에 성공해도 업무 환경이 열악하고 임금이 낮은 ‘질 낮은 일자리’여서 퇴사하는 학생들도 있다. 지난해 직업계고 졸업자의 22.7%는 6개월 안에 회사를 그만둔 것으로 나타났다. 한 직업계고 교사는 “졸업생 중 일부는 취업장려지원금(400만 원)을 받기 위한 조건인 6개월만 채우고 퇴사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정부 지원이 줄어들면 직업계고 경쟁력이 떨어지고, 졸업생의 취업률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기업 역시 현장에 곧바로 투입할 수 있을 정도로 직무 역량을 쌓지 못한 직업계고 학생들을 뽑을 유인이 사라진다. 다른 직업계고 관계자는 “예전에는 기업체 의무 할당을 비롯해 정부, 기업, 학교의 유기적인 협조가 이뤄졌는데 지금은 학교들이 알아서 살아남아야 한다”며 “입학 경쟁률도 과거 3 대 1은 됐는데 올해는 겨우 미달을 면하면 다행”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과 학교 현장에서는 정부의 일관성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또 다른 직업계고 관계자는 “예전에는 정부가 직업계고 관계자들을 모아 분기별로 회의하며 현장 목소리를 적극 반영했다”라며 “현재는 윗선의 의지가 없으니 회의는 대폭 줄고 담당 부서도 형식적 역할만 한다”라고 했다. 하윤수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은 “직업계고를 살리려면 정부, 기업, 학교 등 관계 당사자가 머리를 맞댄 위원회를 구성하고 직업교육 진흥을 위한 특별법 등의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