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7개국(G7) 외교장관들이 미국의 중국 압박에 동참하며 대만해협 등 민감한 이슈에 대해 한목소리를 냈다. 독일, 프랑스 같은 유럽의 주요 국가들이 대만해협 문제에 대해 미국과 같은 입장에 서서 공식 입장을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중국의 글로벌 입지가 앞으로 더 좁아질 가능성을 보여주는 움직임이다.
G7 외교·개발장관들은 4, 5일 이틀간 영국 런던에서 진행된 회의 후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중국을 향해 “주요한 글로벌 영향력을 가진 국가로써 규칙에 기반한 국제사회의 시스템에 건설적으로 참여할 것을 권고한다”고 밝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대응과 경제 회복, 기후변화 등에 함께 대응하는 것이 전 세계와 중국 모두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독단적이고 강압적인 경제정책과 관행’을 지적하며 이에 맞설 회복력을 증진시키자는 데에도 의견을 같이 했다.
장관들은 이와 함께 신장 위구르족에 대한 인권탄압 및 홍콩 반체제 인사 탄압 등에 대해서는 깊은 우려를 표시했다. 중국 부분에서만 6개항에 걸쳐 불법적인 통상 관행, 사이버 활동 등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장관들은 대만의 세계보건기구(WHO) 및 WHO의 의결기구인 세계보건총회(WHA) 가입에 대한 지지 의사도 명시했다. 국제사회가 대만의 성공적인 코로나19 방역을 포함해 해외 파트너 국가들의 경험으로부터 혜택을 볼 수 있어야 한다는 이유다.
폴리티코에 따르면 중국은 이번 회의에서 집중적으로 다뤄진 의제였다. G7 회원국들 사이에서 대만 문제에 대한 입장이 갈리면서 4일 오전 회의가 길어졌다고 한다. 이번 G7 회의 내용과 공동성명은 의장국인 영국이 미국과 함께 인도태평양 지역 현안에 관여하려는 의도가 상당 부분 담긴 것으로 평가된다. 브렉시트(Brexit) 이후 미국과의 관계 강화를 노리는 영국은 미국의 대중 견제 정책에 적극적인 동참을 모색 중이다. 이번 회의에 정식 멤버가 아닌 호주와 인도, 한국 등 인도태평양 지역 국가들을 초청한 것도 이를 반영한다.
다만 이번 공동성명은 구체적인 대책이나 조치는 내놓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영국 가디언은 “G7 회원국의 외교장관들이 중국에 맞설 구체적인 조치를 명시하기를 꺼렸다”며 “일부 국가, 특히 이탈리아와 독일은 지나치게 위협적인 용어를 사용할 경우의 보복을 우려했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장관들은 공동성명에 중국에 대한 비판과 함께 “중국과의 협력 기회를 모색한다”는 문구를 함께 넣어 신중하게 균형을 맞췄다고 한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