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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 속도 조절 실망” vs “집값 과열 상황서 불가피”

입력 | 2021-05-07 03:00:00

오세훈 시장 취임 한달




8일 오세훈 서울시장이 취임 1개월을 맞이하는 가운데 서울 아파트값은 재건축 단지가 몰린 지역 위주로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재건축 추진 중인 서울 압구정동 아파트 일대. 동아일보DB

민간 재건축 규제 완화를 공언했던 오세훈 서울시장이 이달 8일 취임 1개월을 맞는다. 수요자들이 체감하는 규제 완화 조치를 내놓지 않아 실망스럽다는 반응이 쏟아지는 반면 집값이 과열되는 상황에서 속도 조절이 불가피하다는 옹호론도 나온다.

6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주간아파트가격동향에 따르면 이달 3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는 0.09% 올라 전주(0.08%)보다 상승 폭을 키웠다. 이는 지난달 27일 압구정동, 여의도동, 목동, 성수동 등 일대에서 토지거래허가구역이 시행된 후 나온 첫 주간 통계다. 이들 지역에선 ‘갭투자’가 불가능해졌는데도 규제 완화 기대감이 가격을 끌어올린 것이다.

○ 사업 지연 우려하는 재건축단지
서초구와 송파구, 영등포구 매매가 상승률은 0.15%, 강남구는 0.14%로 서울 평균을 크게 웃돌았다. 노원구는 0.21%나 올라 2018년 9월 17일(0.24%) 이후 약 2년 8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재건축 추진 단지가 몰려 있는데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지 않은 노원구로 매수세가 몰린 영향이 크다.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 시절 “일주일 내 재건축 규제를 풀겠다”고 했던 오 시장은 지난달 29일 긴급 브리핑을 열고 “재건축·재개발 속도를 조절하면서 시장 교란 행위를 먼저 근절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재건축 규제 완화가 집값을 올리는 불쏘시개가 되지 않도록 속도를 조절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기대감이 컸던 재건축 단지들은 사업 지연을 우려하고 있다.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는 서울시가 3년 넘게 정비계획안을 심의해주지 않아 사업이 지연됐던 단지다. 소위원회 개최와 정비계획안 심의는 서울시장의 결정만으로 가능해 오 시장 취임 후 첫 수혜 단지로 꼽혔다.

하지만 지난달 중순 소위원회 개최 요구에 서울시는 “주민 의견을 추가로 보강하라”며 반려했다. 정복문 잠실주공5단지 조합장은 “정비계획안을 수정해 달라는 주민 민원을 반영하라는 취지라 크게 의미를 두지 않고 있다”면서도 “서울시가 집값 올린다는 비판을 의식해 규제 완화를 서두르지 않은 것에 주민 불만이 상당하다”고 전했다.

○ 재건축 규제, 당장 대폭 완화하긴 힘들 듯

서울시의 속도 조절에 공감하는 의견도 있다. 압구정4구역 김문수 조합장은 “서울시가 집값 올렸다는 비판을 피하려면 당장 지구단위계획을 고시하긴 어렵지 않겠냐”며 “고시가 나오는 대로 사업 속도를 낼 수 있도록 사전 준비에 집중하고 있다”고 했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규제를 풀면 집값이 과열되는 건 어쩔 수 없다. 시장이 안정되길 기다리다간 주택 공급시점만 더 늦어질 뿐”이라고 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그간 인허가 및 심의가 지연된 단지는 서둘러 풀어주더라도 안전진단이나 용적률 완화 등 큰 틀의 규제는 서울시장이 할 수도 없고 시장에 미치는 여파가 커 신중해야 한다”고 했다.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는 4일 인사청문회에서 오 시장이 건의한 재건축 안전진단 완화에 대해 “언젠가는 하겠지만 지금의 시장 상황이 안정돼야 한다”며 일단 선을 그었다.

법 개정이 필요한 규제를 풀려면 여당 협조가 필수적이지만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어 협조를 이끌어내긴 쉽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여당 내에서 일부 규제를 완화하자는 목소리가 있지만 굳이 오 시장과 손을 잡으려 하진 않을 것”이라며 “규제를 풀더라도 정치적 효과를 극대화하고자 대선에 임박한 시점에야 풀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