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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중해식 식단’의 마법… 치매예방에 효과 있다

입력 | 2021-05-07 03:00:00

과일-채소-해산물 위주의 식사
뇌세포 노화에 관여하는 단백질
아밀로이드 베타-타우 축적 막아
“알츠하이머 진행 저지” 연구에도 원인-치료제 개발 성과는 미미



과일과 채소, 곡물, 해산물, 올리브유 위주로 구성된 지중해식 식단. 육류, 설탕이 많은 서양식 식단을 섭취한 사람들의 뇌는 지중해식 식단을 따른 사람들에 비해 활동성이 떨어진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동아일보DB


지중해식 식단은 신선한 과일과 채소, 곡물, 해산물, 올리브유를 충분히 섭취하면서 붉은색 육류는 적게 먹는 방식이다. 이 식단을 시도한 각국의 유명 인사들이 효과를 봤다며 권장에 나섰고 학자들도 심혈관 질환과 노화 억제에 긍정적 영향을 준다는 과학적 결과를 내놓으면서 세계적으로 유명해졌다.

최근에는 치매 예방에도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잇따르고 있다. 독일 신경퇴행성질병센터(DZNE) 연구진은 지중해식 식단이 아밀로이드 베타와 타우 단백질의 축적을 막아 기억력 저하 방지와 치매 예방에 도움을 준다는 연구 결과를 미국신경과학회(AAN)가 발행하는 국제학술지 ‘신경학(Neurology)’ 5일자에 발표했다.

○‘지중해식 식단’ 먹은 사람들, 치매 유발 뇌 회백질 양 적어



사람의 뇌는 무게가 약 1.3kg에 불과하지만 1000억 개의 신경세포가 모인 신경 덩어리다. 뇌 신경세포는 민감해서 주변에 아밀로이드 베타라는 단백질이 엉겨 붙어 플라크(덩어리)가 생기면 괴사한다. 뇌세포에 타우 단백질이 쌓여도 기억력이나 언어 능력, 판단력이 떨어지는 문제가 발생한다. 치매가 생긴 것이다. 알츠하이머병은 이런 치매 원인의 55∼70%를 차지한다.

연구진은 인지 기능이 정상인 169명과 알츠하이머병 발병 위험이 큰 343명 등 총 512명(평균 연령 69.5세)을 대상으로 한 달간 이들의 식단을 조사했다. 연구진은 알츠하이머병 발병의 바이오마커로 사용되는 아밀로이드 베타와 타우 단백질의 양과 지중해식 식단 사이의 상관관계를 조사하기 위해 실험 참가자들의 척수액에서 단백질의 양을 측정했다. 또 알츠하이머병 발병 위험이 20배나 높은 것으로 알려진 또 다른 바이오마커인 아포지질단백(APOE) e4 유전자의 존재 여부도 조사했다. 자기공명영상(MRI) 장치로 뇌를 스캔해 수축 여부도 조사했다. 지중해식 식단 실천 여부는 해당 식재료 148개를 주고 설문조사로 확인했다.

그 결과 정상인과 알츠하이머병 위험군에 상관없이 지중해식 식단을 잘 따른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뇌의 회백질 양이 더 많았다. 회백질은 뇌 신경세포가 대부분 모여 있어 기억력 등 인지 기능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회백질 양의 차이로 뇌의 나이를 계산하자 지중해식 식단을 따르지 않은 사람들의 뇌가 1년가량 노화가 더 진행됐다는 결론이 나왔다. 이들의 척수액에는 아밀로이드 베타와 타우 단백질의 양이 더 많았고, 기억력 테스트 점수도 더 낮았다.


○알츠하이머 진행도 느리게



지중해식 식단이 치매 예방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는 여러 차례 나왔다. 지중해식 식단이 노인의 인지 기능 저하 속도를 늦추고, 알츠하이머병의 전조 증상으로 불리는 경도인지장애의 발생 위험을 감소시킨다는 연구도 있다.

2018년에는 미국 코넬대 의대 연구 부문인 웨일코넬메디슨의 리사 모스코니 교수팀이 지중해식 식단을 섭취한 34명과 육류와 설탕 함량이 많은 서양식 식단을 따른 36명의 뇌를 2년 간격으로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으로 조사해 서양식 식단 그룹의 뇌에서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의 침착이 훨씬 많이 발견됐다는 연구를 ‘신경학’에 발표했다. 서양식 식단을 섭취한 그룹은 뇌의 활동성도 떨어졌다. 모스코니 교수는 “지중해식 식단을 수년간 실천하면 알츠하이머병 진행을 3년 반가량 늦출 수 있다”고 말했다.


○식단 성분이 신경보호 효과



중앙치매센터에 따르면 국내 65세 이상 고령 치매 환자는 2018년 75만 명으로 2024년에는 1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20년 전 세계 치매 환자가 5000만 명이며, 매년 1000만 명씩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아직 치매의 뚜렷한 원인을 찾지도, 근본적인 치료제를 개발하지도 못하고 있다.

배애님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치매DTC융합연구단장은 “아밀로이드 베타나 타우 단백질을 제거해 치매를 치료하는 후보물질이 임상 단계에 진입한 사례는 여럿 있지만, 아직 성공한 경우가 없다”며 “유전자 바이오마커를 이용해 사전에 치매를 진단하는 연구도 많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배 단장은 2019년 타우 단백질의 응집을 저해하는 치료제 후보물질을 개발해 동아ST에 기술을 이전했고, 현재 안전성을 확인하는 비임상 시험이 진행 중이다.

배 단장은 “아밀로이드 베타나 타우 단백질의 축적을 유발하는 원인이나 축적이 일어나는 경로는 매우 복잡하고 다양하다”며 “지중해식 식단 성분이 이 과정에 관여해 신경보호 효과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현경 동아사이언스 기자 uneasy7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