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일본/에즈라 보걸 지음·김규태 옮김/592쪽·2만7000원·까치
◇보이지 않는 붉은 손/클라이브 해밀턴·머라이커 올버그 지음·홍지수 옮김/540쪽·2만2000원·실레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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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세계 패권에 대한 야망이 점차 커지는 상황에서 중국에 대한 반감도 함께 커지고 있다. 중국의 행보에 대해 한쪽에서는 협력할 수 있다고 보고, 다른 한쪽에서는 타도의 대상으로 보고 있다. 왼쪽 사진은 2007년 당시 원자바오 중국 총리(왼쪽)가 역사 문제와 영토 분쟁 등으로 긴장 상태에 있던 중일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일본을 방문해 당시 아베 신조 총리와 만나 악수를 나누고 있는 모습. 동아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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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동아시아 연구 석학 에즈라 보걸은 신간 ‘중국과 일본’에서 약 1500년에 걸친 중일관계를 돌아보며 중국과의 공존을 모색했다. 지난해 90세로 영면에 든 보걸은 하버드대 교수 시절 아시아센터 소장을 지내며 동아시아와 미국의 관계를 연구했다. 그는 한국 홍콩 싱가포르 대만을 일컬어 ‘아시아의 네 마리 용’이라는 표현을 처음 사용했고, 일본 정부의 군 위안부 역사 왜곡에 반대하는 등 급격한 우경화를 비판하기도 했다.
보걸은 이 책에서 “외부인이 조금 더 객관적이고 균형 잡힌 시각으로 역사를 검토해 서로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썼다. 그에 따르면 중일은 6세기 이래 현재까지 갈등과 협력을 거듭하며 교류를 통해 상대방의 성장을 견인해왔다. 고대 일본은 중국 승려를 통해 불교, 건축 등 다방면의 지식을 흡수했다. 근대에 와선 청일전쟁을 계기로 문호 개방에 소극적이던 중국이 일본을 근대화의 모델로 삼았다. 중일전쟁에 이어 냉전기간 양국은 대립했지만 경제 교류의 폭은 꾸준히 넓혔다. 특히 미중 데탕트 시대가 열린 1972년 이후 일본 기업들이 중국에 진출하는 등 새로운 전환기를 맞았다.
문제는 일본이 자신들의 역사적 과오가 주변국에 의해 과장됐다고 본다는 점이다. 저자는 “일본인들은 조상들이 나쁜 짓을 했다면 선천적으로 나빠서가 아니라 선택권이 거의 없는 상황에 직면했기 때문으로 생각한다”고 꼬집었다. 이에 저자는 과거사에 대한 양국의 인식 전환을 제안하며 2007년 중일 정상 간 합의를 상기시킨다. 당시 이들은 양국 간 고위급 교류 확대와 더불어 다방면의 협력안을 제시했다.
동아시아 외부 저자들의 상반된 대중(對中) 시선은 중국과 역사·지리적으로 긴밀히 연결된 한국의 고민이 그만큼 깊어질 수밖에 없음을 잘 보여준다. 분명한 건 중국 혹은 일본에 의해 동아시아 역내 질서가 불안정해질 때 한국의 번영도 위협받을 수밖에 없다는 역사적 교훈일 것이다.
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