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남정 박사가 서울 송파구 잠실 자택에서 밝게 웃으며 국선도 수련을 하고 있다. 그는 마흔부터 매일 새벽 국선도로 건강을 다지고 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12년 전인 2009년 한일경제협회 전무이사를 끝으로 57세에 퇴직했지만 한양대 국제대학원에서 일본학 박사학위를 받았고, 스페인 산티아고를 걸은 뒤 ‘산티아고 순례자들’, 일본을 종단한 뒤 ‘일본은 원수인가, 이웃인가’ 등 책 4권을 출간했다.
“40세에 접어들면서 건강이 고민이 됐어요. 그래서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게 뭔지 알아봤는데 국선도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서울 강남수련원에 등록해 수련을 시작해 30년이 다 돼갑니다.”
허남정 박사가 서울 송파구 잠실 자택에서 국선도 두좌법 동작을 하고 있다. 그는 이 자세로 몇 시간은 편안하게 있을 수 있다고 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국선도는 오래 수련해야 합니다. 금방 효과가 나타나는 것은 아닙니다. 처마 끝에서 물 떨어지면 바닥이 패이듯, 쇠막대기를 갈아 바늘 만들 듯, 시간을 투자해야 효과를 볼 수 있습디다. 수련을 하다보면 건강에 확신이 생깁니다. 안전사고를 당하지 않는 한 건강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란 확인이죠.”
허 박사는 조신법 20분, 단전호흡 40분, 마무리 10분 등 매일 70분 씩 수련하고 있다. 그는 “조신법은 요가와 무술 같은 동작으로 몸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풀어주는 것입니다. 단전호흡은 복식호흡을 하며 명상을 합니다”고 말했다. 그는 “단전호흡을 하면 산소공급이 원활해져 몸이 새로워지는 느낌이 들어요. 같은 연령층에 비해 혈색과 유연성이 좋고 체력이 좋아 잔병치레도 거의 하지 않습니다. 정신적으로도 침착함과 집중력이 생겨 잠재능력개발에도 그만입니다”고 설명했다.
국선도를 만난 뒤엔 평소 즐기던 테니스와 골프를 서서히 그만두게 됐다. 국선도 하나만으로 건강 유지에 충분했기 때문이다.
허남정 박사(왼쪽)가 2019년 3월 1일 열린 삼일절 100주년 기념 ’무박 120km 걷기 행사‘에서 완보한 뒤 선상규 (사)한국체육진흥회 회장과 포즈를 취했다.
허남정 박사(오른쪽)가 2018년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다 만난 사람과 포즈를 취했다. 허남정 박사 제공.
허남정 박사(왼쪽)가 2018년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다 만난 젊은이들과 포즈를 취했다. 허남정 박사 제공.
‘육체가 음식을 먹어야 하는 것처럼 우리의 영혼은 꿈을 먹어야 살 수 있다. 산티아고 순례 길을 걷노라면 세속에 파묻혀 땅만 보고 살아온 나 자신의 지난날 실존과 처절하게 마주할 수 있다. 그동안 잊고 살았던, 가슴 고이 간직한 꿈이 꿈틀거리며 다시 살아나기에 그 꿈을 실현하고픈 용기가 용솟음친다. (… 중략) 산티아고는 안 가본 사람은 있지만 한 번만 가본 사람은 없는 곳이다. (… 중략) 무엇보다도 현역을 떠나서 이제는 마치 세상일이 다 끝났다는 듯 여생을 보내는 분들에게도 꼭 한번 도전하라고 권하고 싶다.’(산티아고 순례자들에서)
허남정 박사가 2019년 일본을 종단하다 도쿠가와 이에야스 영대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허남정 박사 제공.
허남정 박사가 2019년 일본을 종단하다 나라현 호류지 역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했다. 허남정 박사 제공.
허남정 박사가 서울 송파구 잠실 자택에서 그동안 쓴 책을 보여주고 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허남정 박사가 서울 송파구 잠실 자택에서 국선도 조신법을 하고 있다. 조신법은 몸을 풀어주는 동작이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100세 인생‘을 쓴 린다 그래튼 등은 “100세를 사는 시대가 왔고 제대로 예측하고 계획을 세우면 장수는 저주가 아닌 선물이다. 그것은 기회로 가득하고, 시간이라는 선물이 있는 인생이다”고 했다. 100세 시대. 준비하는 자는 행복하고 그렇지 않으면 고통스런 삶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허 박사는 “운동하고 독서하고 번역하고 책 쓰다보면 하루가 너무 짧아요. 하지만 매일이 즐거워요. 7년간 책을 4권 냈으면 그게 내 건강의 증표 아닌가요”라며 웃었다.
100세 시대에는 슬기로운 노년 생활을 준비해야 한다. 건강과 일이 중요하다. 일은 꼭 돈벌이가 아닌 취미생활도 좋다. 하루 종일 멍하니 있는 것보다 운동도하고 일(취미생활)도 해야 시간도 빨리 가고 치매에도 걸리지 않는다.
“60세 이후는 자기를 위해서 살아야 합니다.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찾아 열심히 살아야죠. 그러려면 건강해야 합니다. 건강해야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습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