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단체 한 목소리로 거세게 비판 "명백한 특혜, 법정 구속 필요하다" "얄팍한 수" "끝까지 죗값 치러야"
5·18민주화운동 41주기를 앞두고 항쟁 당시 헬기 사격을 목격한 고(故) 조비오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돼 1심 유죄 선고를 받은 전두환(90)씨가 항소심 첫 재판에 출석하지 않는다.
당초 직접 법정에 나올 듯 했던 전씨가 변호인을 통해 형사소송법 법리 검토 내용을 근거로 불출석하겠다고 밝히자, 오월단체는 한 목소리로 “광주시민과 사법부를 우롱하는 처사다”라고 성토했다.
김영훈 5·18 유족회장은 전씨 항소심 첫 재판을 하루 앞둔 9일 “법은 만인 앞에 평등해야 한다. 피고인 출석 없이 할 수 없는 재판 절차 자체를 궤변으로 무시한 것이다”고 밝혔다.
김이종 5·18부상자회장은 “법 절차를 구구절절 해석하는 데 있어 여지가 있을 지 모르나, 죄를 짓고도 벌을 피하려는 전씨의 몰염치한 행태에 분노를 금치 못한다”며 “자신을 비롯한 신군부의 과오를 인정하지 않고 역사를 왜곡한 전씨에게 피해를 입은 광주시민은 물론이고, 재판부마저 농락하는 처사다”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다음 재판 기일 만큼은 반드시 나와야 한다. 전씨가 자신의 임종 전까지 처벌을 피하고자 온갖 얄팍한 수를 쓰고 있다”며 “재판부가 현명하고 엄정한 판단을 내려줄 것이라고 믿는다”라고 했다.
조진태 5·18기념재단 상임이사는 “사자명예훼손 죄가 있는지를 따지는 재판만이 아니다. 역사의 심판이다”며 “진행 중인 진상 규명과 함께 재판을 통해 진실이 더 밝혀질 것으로 기대한다. 전씨 생전에 죄를 끝까지 물어 법적 단죄를 내릴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또 “사죄·참회를 통해 국민에게 용서받을 기회를 스스로 거부하고 있다”며 “재판부마저 우롱하고 있다. 이 같은 행태는 끝까지 법률·법리가 허용하는 한도 내에서 끝까지 죗값을 치르도록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씨는 2017년 4월 발간한 회고록에 ‘5·18 당시 헬기 기총 소사는 없었던 만큼 조비오 신부가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는 것은 왜곡된 악의적 주장이다. 조 신부는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다’라고 써 재판에 넘겨졌으며, 1심에선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항소심을 맡은 광주지법 제1형사부(재판장 김재근 부장판사)는 오는 10일 오후 2시 201호 법정에서 사자명예훼손 혐의를 받는 전씨에 대한 첫 재판을 연다.
전씨의 법률대리인 정주교 변호사는 “형사소송법 365조 법리 검토 결과 항소심에서는 피고인이 불출석한 상태로 재판을 진행할 수 있다고 해석했다”며 자신만 법정에 나오겠다고 밝혔다.
‘피고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다시 정한 기일에 출정하지 아니한 때에는 피고인의 진술 없이 판결을 할 수 있다’는 규정을 법 주석서와 법원행정처 실무 재요를 토대로 해석해보면, 피고인의 출석 의무가 완화·면제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주장이다.
[광주=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