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기연구원 국내 첫 시연
4일 경남 창원시 ‘마산해양신도시’ 조성부지 상공에 붉은색 패러글라이더 형태의 연이 두둥실 떠올랐다. 연은 바닷바람을 타고 지상 100m까지 떠오르더니 ‘8자’ 모양으로 빙글빙글 돌며 실을 잡아당겼다. 실 끝에 연결된 얼레가 감겼다 풀렸다를 반복하자 얼레에 연결된 발전기가 돌아가며 전기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이론으로만 제시되던 ‘공중 풍력발전’ 기술이 국내에서 첫 시연에 성공한 순간이다.
한국전기연구원은 이날 한국전력공사, 창원시와 공동으로 추진하는 5kW(킬로와트)급 공중 풍력발전기 시제품을 공개했다. 이주훈 전기연 에너지시스템 제어기술팀장은 “바람은 땅에서 가까운 곳보다 높은 고도에서 더 강하고 고르게 분다”며 “공중 풍력발전은 이런 바람의 특성을 이용해 소규모부터 대규모 발전까지 가능하다”고 말했다.
○고고도 풍력발전 활용 땐 1800TW 전력 생산

유럽은 공중 풍력발전 기술에 가장 앞서 있다. 유럽 각국은 타워형 발전기의 교체 주기가 다가오자 이를 공중 풍력발전으로 대체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네덜란드 기업 ‘앰픽스 파워’는 네덜란드 정부와 유럽연합(EU) 자금 지원을 받아 연 대신 글라이더를 날려 전기를 생산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길이 12m의 글라이더를 띄워 1MW(메가와트)의 전력을 생산하는 게 목표다.
○물레방아형·날개 없는 풍력 발전기도 속속
스페인 스타트업 ‘보텍스 블레이드리스’는 날개가 없이 바람에 의한 진동으로 발전하는 막대형 풍력발전기를 선보였다. 보텍스 블레이드리스 제공
스페인 스타트업 ‘보텍스 블레이드리스’는 아예 날개가 없는 막대형 풍력발전기를 3월 선보였다. 2.75m의 막대가 바람을 맞으면 진동을 일으켜 전기를 생산하는 원리다. 기존 풍력발전기보다 효율은 떨어져도 촘촘히 설치 가능하고 소음도 없다. 보텍스 블레이드리스는 “날개가 새를 해치는 일도 막을 수 있다”고 기대한다.
하지만 신기술 도입에는 경제성을 증명해야 하는 숙제가 따른다. 글라이더 프로펠러로 전기를 생산하고 지상에 보내는 공중풍력 업체 ‘마카니 파워’는 2013년 구글에 인수돼 화제가 됐으나 지난해 9월 사업을 접었다. 폐업 후 공개된 보고서에 따르면 최적 속도를 유지하기 어려워 기존 터빈의 10분의 1밖에 에너지를 생산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