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사회에서 장애인이 학교를 다니기란 쉽지 않다. 학생 수에 비해 학교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장애 학생과 가족들은 그저 ‘집 근처에 다닐 학교가 있기를’ 바란다. 2013년 서울시교육청이 강서구 내 특수학교 신설 행정예고를 했을 때 엄마들이 뭉친 이유다. ‘다음 세대 부모들이 나와 내 자녀가 겪는 어려움을 겪지 않았으면.’ 그러나 주민들은 반대했다. “우리는 장애인을 혐오한 적도 차별한 적도 없다. 그런데 왜 우리 지역에만 사회취약계층 시설이 많이 들어서나.”
▷장애는 우리 자신을 돌아보고 우리 사회에 대한 어려운 질문들을 마주하게 만든다. 주민들은 조선 의학자 허준을 길러낸 가양동에는 한방병원을 지어 지역발전을 이뤄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2017년 특수학교 토론회에 참석한 엄마들의 무릎 호소가 알려지면서 학교 건립 찬성 여론이 커져 서진학교가 세워질 수 있었지만 ‘함께 사는 사회’에 대한 숙제를 남긴다. 다큐 영화를 만든 김정인 감독도 “서진학교 건립에 반대했던 주민들을 영화 속에서 악마로 그리지 않겠다고 다짐했었다”고 했다.
▷무릎 호소를 했던 엄마들의 아이들은 이미 자라 서진학교를 다니지 않는다. 하지만 엄마들은 “아이 덕분에 내가 조금씩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사람이 됐다”고 한다. 엄마들은 스스로를 계주 선수에 비유한다. 앞선 엄마들의 바통을 이어받아 열심히 달리고 또 다음 엄마에게 물려주겠다고. 김광민이 짓고 노영심이 피아노 친 ‘학교 가는 길’이란 곡이 있다. 우리 사회가 보다 성숙해져서 특수학교 학생들의 학교 가는 길이 이 음악처럼 경쾌하고 행복해지기를 바란다.
김선미 논설위원 kimsun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