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식물가 22개월만에 최대폭 상승 지난달 지수 113… 전년比 1.9%↑ 농축산물 가격-임차료 오른 탓
짜장면, 김밥, 햄버거 등 외식 관련 식품 물가가 1년 10개월 만에 최대 폭으로 올랐다. 외식비 상승으로 소비자와 자영업자 부담이 동시에 커지고 있다.
9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 4월 외식물가지수는 113.02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1.9% 올랐다. 이 같은 상승률은 2019년 6월(1.9%) 이후 가장 높은 것이다. 외식물가 상승률은 지난해만 해도 1% 이하 수준에 머물다가 올 1월 1.1%, 2월 1.3%, 3월 1.5% 등으로 상승 폭이 커지고 있다.
품목별로는 죽 가격이 7.6% 올라 통계청이 조사하는 전체 39개 외식 품목 가운데 가장 높은 상승률을 나타냈다. 이어 햄버거(6.1%), 생선회(6.0%), 김밥(4.4%), 볶음밥(3.8%) 등의 차례로 많이 올랐다. 반면 피자(―2.9%), 커피(―0.4%) 등의 가격은 1년 전보다 하락했다. 통계청 관계자는 “농축산물 등 원재료비와 임차료가 오르면서 외식비가 상승했다”고 말했다.
외식 품목 중심으로 물가가 많이 오르면서 자영업자는 생계에 위협을 받고 있다. 서울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한 자영업자는 “식재료값이 높아진 데다 배달앱 비용 상승, 대기업의 밀키트 판매 영향까지 겹치면서 외식업을 운영하는 소상공인이 살기 힘든 구조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식당 주인들, 외식물가 상승 속 진퇴양난… “값 올리면 손님 줄고, 놔두면 적자”
지난달 채소 19%-축산물 11% 등… 재료값 급등이 외식물가 끌어올려
소비자들 가격부담에 외식 줄여… “외식 대신 집밥-밀키트로 대체”
#1. 서울 관악구의 한 고깃집 사장 박모 씨는 최근 주요 메뉴 가격을 1000원씩 올렸다. 그는 “손님이 줄어들까 걱정되지만 마진은 남겨야 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2. 마포구의 분식집은 김밥 한 줄을 2500원, 떡볶이 1인분을 4500원에 팔고 있다. 40대 점주 김모 씨는 코로나19 이전에 팔던 가격을 유지하고 있지만 더는 버티기 힘들 것이라고 했다.
○ 원재료값 인상에 외식물가 직격탄
최근 전국 평균 외식물가 상승률은 1.9%지만 서울만 놓고 보면 물가 상승 폭이 더 크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올해 3월 서울 지역 기준으로 대표 외식 품목 8개 가운데 6개 품목의 가격이 지난해 3월보다 상승했다.
상승률이 가장 높은 품목은 김밥으로 한 줄당 평균 가격이 작년 3월 2446원에서 올 3월 2692원으로 10% 올랐다. 같은 기간 서울에선 김치찌개 백반 가격이 4.75%, 짜장면값은 4.51% 상승했다. 식재료값뿐 아니라 임차료와 배달을 위한 포장용기 가격이 많이 올랐기 때문이다. 3년째 김치찌개 전문점을 운영하는 유모 씨(66)는 “직원 두 명의 인건비와 임차료까지 지불하고 나면 내 월급을 챙기기 어려울 정도”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고객 수를 예상하기 어렵게 된 점도 자영업자를 고통스럽게 하는 요인이다. 서울 성동구에서 18년째 돈가스 가게를 운영하는 성규선 씨(55)는 “원재료값이 20% 이상 올랐다. 그래도 잘 팔리면 괜찮은데 코로나 확진자 수에 따라 손님 수가 갑자기 줄면 기껏 준비해 둔 비싼 재료를 버려야 하는 이중고에 시달린다”고 했다.
○ 외식 횟수 줄이는 소비자
외식비가 급등하자 소비자들도 외식을 줄이거나 식사 패턴을 바꾸고 있다. 결혼 10년 차인 회사원 서모 씨(43)는 이달 8일 어버이날에 집에서 부모님께 식사를 대접했다. 결혼한 뒤로 매년 어버이날이면 생선회를 좋아하는 부모님 입맛에 맞춰 단골 횟집에서 모둠회 코스를 사드렸었다. 하지만 이 횟집이 가격을 10%가량 올려버린 것. 그는 “주머니 사정도 좋지 않아 올해 어버이날에는 처음으로 외식을 포기했다”고 말했다. 8년 차 직장인 김모 씨(33)는 일주일에 서너 번 했던 외식을 최근에 밀키트로 대체했다. 외식을 하자니 비용이 부담되고 집에서 배달음식을 시켜먹어도 2명이 최소 3만 원가량 나오기 때문이다. 그는 “밀키트에는 식재료가 한꺼번에 들어 있어서 간편할 뿐 아니라 재료를 하나하나 사서 해 먹는 것보다 경제적”이라고 말했다.
직원 2명과 함께 가게를 운영하는 한 자영업자는 “외식하는 소비자들이 줄어들어 폐업하면 종업원도 일자리를 잃게 된다”며 “이런 현상이 도미노처럼 나타나면 큰 사회적 문제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황태호 taeho@donga.com·김하경 기자 / 세종=송충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