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세이 나발니
지난해 8월 러시아 야권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45)가 독극물 테러를 당했을 때 그를 치료했던 시베리아 옴스크 병원의 최고 의료담당자 알렉산드르 무라홉스키(50)가 7일 돌연 실종됐다. 앞서 올해 2월에도 나발니 치료에 참여했던 이 병원의 또 다른 의사 세르게이 막시미신(55)이 갑자기 사망했고 아직까지 원인이 알려지지 않았다. 블라디미르 푸틴 정권이 나발니는 물론이고 그를 치료했던 의료진까지 속속 제거하려 한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타스통신 등에 따르면 무라홉스키는 이날 마을 인근 숲속으로 사륜오토바이를 타고 사냥에 나선 후 행방이 묘연하다. 경찰이 8일부터 헬기, 드론 등을 총동원해 수색에 나섰지만 찾지 못했다. 무라홉스키가 방문한 사냥터에서 6.5km 떨어진 곳에서 그의 오토바이만 발견됐다.
나발니는 지난해 옴스크에서 모스크바로 오는 비행기 안에서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푸틴 정권이 탑승 전 나발니가 마신 음료에 독극물을 넣었을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비행기가 옴스크로 회항한 뒤 무라홉스키가 진료를 봤다. 당시 그는 “나발니가 혈당 급감에 따른 대사 장애로 쓰러졌다”고 진단했다.
나발니를 치료했던 또 다른 의사 아나톨리 칼리니첸코 또한 지난해 10월 정확한 이유를 밝히지 않은 채 돌연 사임했다. 나발니의 보좌관 레오니트 볼코프는 미 CNN에 “이들은 모두 나발니가 혼수상태일 때 치료를 맡았다. 당시 나발니의 상태를 잘 알던 의사들”이라며 푸틴 정권이 나발니 독살 시도를 은폐하기 위해 의료진을 제거하고 있을 가능성을 암시했다.
파리=김윤종 특파원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