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훈·대구경북취재본부
그를 더 당황하게 만든 일은 따로 있었다. A 씨는 “중구에 항의하기 위해 전화를 했더니 경제 활동을 법적으로 막을 수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 재개발에 열정적인 류규하 구청장이 추진을 동의했다는 소문이 사실처럼 느껴졌다”며 한숨을 쉬었다.
올해 10년을 맞은 김광석 길이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관광객이 급감하고 골목이 침체하면서 떠나는 상인들도 생겼다. 한때 약 200만 명이던 관광객은 2019년 약 140만 명으로 처음 감소했고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약 70만 명에 그쳤다.
민관의 합심으로 한국 관광 100선에 2년 연속 뽑혔다.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코로나19 영향이지만 몇 년 전부터 신규 콘텐츠 도입과 기반 확장을 멈춘 탓이 크다는 게 상인들의 목소리다.
재개발 소식에 불안감은 더욱 커졌다. 한 주민은 “현재 사업은 중단됐지만 언제 재개할지 모른다. 류 구청장이 사태가 이렇게 될 때까지 뭘 했는지 묻고 싶다”고 했다. 올해 중구는 김광석 길 예산을 크게 줄였다. 시장 상인은 “이전 단체장의 치적이라는 이유로 투자를 외면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달서구의 역사문화 탐방길 ‘선사시대로(路)’는 승승장구하고 있다. 꾸준히 관광 콘텐츠를 구상하고 매년 인프라를 늘린 덕분이다. 원시인 조각상은 전국 명물이 됐다. 코로나19 마스크 착용 같은 이벤트로 큰 관심을 모았다. 이태훈 구청장의 아이디어다.
투자도 적극적이다. 최근 테마거리로 업그레이드하기 위한 용역을 시작했다. 체험 음식 메뉴를 개발하고 맛집 발굴에도 나섰다. 이 같은 노력에 올해 1분기(1∼3월) 관광객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배가량 늘었다.
장영훈·대구경북취재본부 j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