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대덕에선…]한국천문연구원 문홍규 박사
10일 ‘우리도 소행성 간다’ 강연회

천문학적 옛날치고는 그나마 가까운 과거일 거다. 6600만 년 전, 거대한 소행성 하나가 총탄의 24배 속도로 지구를 강타했다. 초음속 충격파가 거목들을 쓰러뜨렸고 열폭풍이 숲을 태웠다. 높이 200m가 넘는 지진해일(쓰나미)이 해안을 휘저었다. 먼지와 화산재로 공룡을 포함한 종의 3분의 2가 종말을 맞이했다.
11일 ‘우리도 소행성 간다!’를 주제로 따뜻한과학마을벽돌한장 강연에 나서는 문홍규 한국천문연구원 우주과학본부 책임연구원(천문학 박사·사진)은 “소행성 충돌로 생명(마이크로 박테리아)이 분출해 생태계가 전보다 좋아졌고 용케도 살아남은 포유류는 진화를 거듭해 인류가 됐다”며 “하지만 지금 이런 일이 일어난다면 인류에 큰 재앙”이라고 말했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보고서는 천체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이 인류가 30년 안에 지구를 떠나야 할 이유 가운데 하나로 소행성 충돌을 들었던 사실을 떠올리게 한다. NASA에 따르면 1988년 4월부터 2021년 3월까지 기록된 화구 861건이었다. 화구는 대기권에 떨어지며 불타 없어지는 소행성과 혜성 조각 가운데 금성보다 밝은 것을 말한다. 문 박사는 “이 기간 지구에 떨어진 화구 중 히로시마 원자폭탄보다 강력한 에너지를 방출한 것만 7개인데, 대체로 지구 30km 상공에서 폭발했다”고 전했다. 우리가 점심 메뉴를 고민하는 순간에도 아찔한 상황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유엔은 연구그룹을 만들어 소행성의 위협에 대처하기로 했다. 하지만 저 칠흑의 우주에서 언제 뭐가 튀어나올지는 알 수 없는 실정이다. 문 박사는 “작은 국가나 도시를 파괴할 위력의 직경 10∼100m급 천체는 숫자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며 “미국 의회가 최소한 직경 140m 이상의 근지구 천체의 90%를 검출하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세웠지만 NASA 관계자는 30년이 지나야 달성할 수 있는 목표라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말했다.
문 박사의 강연은 이날 오후 7시 대전 유성구 케이시크에서 열린다. 강연 문의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