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수도권에서 전용면적 60m² 이하 소형 아파트 값은 2.69% 올라 중소형(전용 60∼84m²)의 2.28%를 앞질렀다. 거래량도 소형이 약 10% 더 많았다. 가격 인상률과 거래량 모두 소형이 중소형을 앞지른 것은 이례적이다. 소형 아파트 쏠림 현상은 주로 가격 때문이다. 서울의 30평형대는 평균 10억 원을 넘었다. ‘영끌’을 하더라도 마련하기 어려운 금액이다. 1분기 서울 아파트 매입자의 절반이 20, 30대인 점을 고려하면 젊은층의 내 집 마련 한계선이 20평형대인 셈이다.
▷소형 수요가 늘어난 것은 1인 가구 급증의 영향도 컸다. 혼자 사는 집은 2000년 222만 가구였는데 지난해 600만 가구를 넘었다고 한다. 세 집 중 한 집꼴이다. 요즘 MZ세대들은 여럿이 사는 넓은 집보다 작더라도 나만의 공간을 선호한다고 한다. 결혼을 하지 않더라도 취업 후 독립하려는 청년들이 적지 않다. 이런 세대에게 소형 주택은 취업에 버금가는 ‘꿈’이다. 청년 수요자가 몰리면서 전용면적 30m² 이하 소형 오피스텔도 인기를 끌고 있다.
▷주거 공간은 삶의 질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다. 단칸방에 여럿이 살던 때에 비하면 지금은 삶의 질이 개선됐다고 볼 수 있다. 한국의 1인당 주거면적은 2019년 기준으로 32.9m²다. 20평형대에 2명 정도가 사는 셈인데 아주 좁다고 볼 수는 없다. 면적보다 시설이나 주변 환경이 더 중요할 수 있다. 공급 물량 못지않게 요즘 생활 방식에 걸맞은 주택 품질이 중요한 시대가 됐다.
이은우 논설위원 libr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