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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세대 사무직 노조, 왜 교섭테이블에 앉지 못할까

입력 | 2021-05-11 03:00:00

2021 노동잡학사전〈5〉노조 교섭제도
최근 설립한 대기업內 ‘젊은 노조’… 생산직과의 교섭 분리 신청 기각
복리후생-고용형태 등 같기 때문… 소수 노조 목소리 내기 쉽지 않아




최근 LG전자, 금호타이어, 현대자동차 등 제조 대기업에서 새로운 노조 설립 바람이 불며 화제가 됐습니다. 50대 생산직이 중심인 기존 노조와는 달리 20, 30대 사무직이 중심이 된 젊은 사무직 노조입니다.

젊은 사무직들이 노조를 만들게 된 배경에는 성과급 공정성에 대한 불만에 더해, 기성 노조가 젊은 사무직을 대변해주지 못한다는 문제의식이 있었습니다. 젊은 사무직이 직접 회사와 교섭하며 일하는 환경을 바꾸고 싶다는 것이죠. 하지만 쉽지 않다고 합니다. 어째서일까요.

한국은 복수 노조를 인정하고 있습니다. 한 사업장에 2개 이상 노조를 설립할 수 있다는 뜻이죠. 이때 여러 노조와 임금, 근로조건에 대해 협상해야 한다면 사측 입장에선 부담스러울 겁니다. 현장의 혼란도 적지 않을 테고요. 이 때문에 한국의 법은 ‘교섭 창구 단일화’ 제도를 함께 두고 있습니다. 노조 가입자의 절반이 가입한 노조(교섭대표노조)를 통해서만 사측과 교섭할 수 있게 한 것입니다. 과반수 노조가 없다면 공동 교섭단을 꾸리는 방식으로 교섭 테이블을 단일화해야 합니다.

만약 과반수 노조, 즉 교섭대표노조가 소수 노조를 전혀 대변하지 못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교섭단위 분리를 신청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이는 노동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두 노조가 별도 교섭을 할 수 있도록 한 제도입니다. LG전자 사무직 노조 역시 지난달 생산직과 별도의 임·단협을 하겠다며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교섭단위 분리를 신청했습니다.

결과는 어땠을까요.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지난달 30일 LG전자 사무직 노조의 교섭단위 분리 신청을 기각했습니다. 두 노조의 근로조건이나 고용형태가 별 차이가 없다는 판단에서입니다. 실제 사례를 보더라도 교섭단위 분리가 인정된 경우는 드뭅니다. 2017년에도 한 제조업체에서 일반사무직과 생산직의 교섭단위 분리를 신청했다가 기각됐습니다. 동일 취업규칙을 적용해 근로시간과 휴일·휴가, 복리후생이 같고, 채용방법과 고용형태도 같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각각 연봉제와 호봉제로 임금체계가 다르지만 이는 직종 차이에 따른 것이라고 본 것입니다.

2019년 일반사무직과 학습지 교사의 교섭단위 분리가 인정된 한 교육회사 사례를 살펴보죠. 이 경우 일반사무직과 학습지 교사의 근로조건 등에 너무나 큰 차이가 있었습니다. 근무시간과 휴일·휴가가 정해져 있는 데다 월급제인 일반사무직과 달리, 학습지 교사는 근무시간과 휴일·휴가가 따로 정해져 있지 않고 관리 회원 수에 따른 수수료를 임금으로 받았습니다.

결국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사무직 노조가 생산직 노조와 별도의 교섭을 하기란 쉽지 않아 보입니다. 교섭대표노조가 소수 노조의 이익까지 대표하는 ‘공정대표의무’를 다하는 수밖에요.

송혜미 기자 1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