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정기적 초음파-혈액검사 필수… 초기에 찾으면 수술 후 임신 가능

입력 | 2021-05-12 03:00:00

분당차병원 ‘All that 부인암’
<2>난소암의 조기 발견과 치료



분당차병원 부인암센터 주원덕 교수(오른쪽)와 정상근 교수가 난소암 치료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분당차병원 제공


여성암 사망률 1위를 차지하는 난소암은 자궁경부암, 유방암과 함께 3대 여성암으로 분류된다. 난소암은 특별한 증상이 없어 조기 발견이 어렵고, 증상이 나타나 병원을 찾았을 때는 이미 악화된 경우가 많다. ‘침묵의 살인자’라고도 불리는 난소암은 여성을 위협하는 가장 독한 암으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이에 여성암 2회로 분당차병원 부인암센터 정상근, 주원덕 교수의 도움말을 얻어 ‘난소암의 조기 발견과 치료’에 대해 자세히 알아봤다.


뱃살이라 오해… 배꼽 튀어나오면 병원 찾아야


자궁 양 옆에 작은 살구씨 모양으로 존재하는 난소는 난자를 보관해 성장시키고, 에스트로겐과 같은 여성호르몬을 만들어 분비하는 중요 생식기관이다. 난소암은 자궁암과 달리 초기 증상이 거의 없다. 주 증상은 모호한 복부 팽창과 소화 장애, 식욕 감퇴 등이 있으며, 드물게 질 출혈이 생기기도 한다.

환자의 70∼80%는 암이 복막으로 전이돼 복수가 차거나 배가 불러오는 증상이 나타나는 3, 4기 때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다. 암이 난소에 국한된 1기로 발견되면 5년 생존율이 90%가 넘지만 3기 이후에 발견되면 5년 생존율이 20% 미만으로 크게 감소한다. 따라서 1년에 한 번 정기적으로 난소암 검진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주 교수는 “환자의 대부분은 뱃살로 생각하고 방치하다 증상이 나타나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다”면서 “그러나 뱃살이 찌는 경우에는 배꼽이 깊게 들어가지만, 암의 주 증상인 복수가 차거나 종양이 커진 경우에는 배꼽이 임신했을 때처럼 밖으로 튀어 나온다”고 말했다. 또 그는 “뱃살과 부인암을 구분해 이상 증상이 있으면 병원을 찾아 검사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20, 30대 난소암 환자 증가… 비만, 출산 여부도 영향


난소암은 보통 60세 전후에 발병하지만, 최근에는 20, 30대 젊은 층의 난소암이 증가하고 있다. 중앙암등록본부 암통계에 따르면 난소암은 2015년 2780명에서 2019년 4517명으로 5년 사이 약 62.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로선 초음파와 혈액검사를 정기적으로 병행하는 것만이 난소암을 일찍 발견할 수 있는 방법이다.

난소암의 원인은 아직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가족력 등 유전적 원인과 비만, 임신·출산 경험 유무, 연령 등에 영향을 받는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가족 중 난소암 환자가 있으면 난소암에 걸릴 위험이 높다. 난소암은 ‘BRCA1’, ‘BRCA2’ 같은 특정 유전자의 돌연변이가 원인으로 꼽히는데, 어머니가 유방암 유전자(BRCA) 변이가 있는 경우 자녀뿐 아니라 형제, 자매에게 유전될 확률이 50%다. 이에 난소암 가족력이 있는 사람이라면 유전자 검사를 통해 BRCA 유전자 변이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 교수는 “BRCA 유전자 변이가 있는 경우 여성은 유방암과 난소암 발병이 높고, 남성은 전립샘암이나 남성유방암, 췌장암이 생길 수 있다”면서 “또 임신과 출산 경험이 없거나 빠른 초경, 늦은 폐경은 난소암 발생 가능성을 높인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출산 횟수가 한 번이면 출산 경험이 없는 여성에 비해 난소암 위험이 10% 줄고, 출산 횟수가 3번이면 50% 줄어든다”면서 “최근 젊은층의 난소암 발병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비만, 출산 감소에 따른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난소암도 수술 뒤 임신 가능

난소암은 20대에 걸려도 초기에 발견하면 수술 후 임신이 가능하다. 복강경이나 로봇을 이용해 암이 있는 쪽의 난소만 제거하고 자궁과 반대편 난소를 보존하는 최소침습수술로 가임력을 보존한다. BRCA 유전자 변이가 있는 여성은 표적치료항암제를 복용하여 재발을 늦출 수 있다.

주 교수는 “난소암 치료 시 산부인과, 외과, 종양내과, 핵의학과, 방사선종양학과, 영상의학과 등의 전문의로 구성된 다학제 진료팀이 구성된 곳에서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면서 “한자리에 모인 다양한 진료과의 전문의들이 진단부터 수술, 항암 및 방사선, 면역항암치료까지 최상의 치료법을 제시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정 교수는 “최근엔 항암치료 시에도 난소를 보호하고 난자 동결 보관 등 가임력 보존이 가능하다”며 “환자 맞춤형 1:1 통합치료를 시행하면 수술 후 관리 및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