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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체험노트]치과병원 최초 검진시스템 개발… 맞춤형 정밀진단으로 치아 건강 사수

입력 | 2021-05-12 03:00:00

구강검진
경희대치과병원 치과검진센터



경희대치과병원 치과검진센터 오송희 교수가 정량광 형광검사를 하고 있다. 형광검사로 치아 우식과 미세 치아균열을 비교적 정확하게 알 수 있다. 경희대치과병원 제공


어금니가 조금 시려 자주 가는 동네 치과를 찾았다. 치아에 마모가 진행돼 크라운을 씌우는 것이 좋겠다는 의사 소견을 받았다. 크라운은 원래 있던 치아를 대부분 삭제하고 그 위에 인공보조물을 씌우는 치료법이다. 당장 해야 하는 치료인지 의문이 들었지만 기자는 의사에게 “꼭 필요한 치료라면 하시라”고 했다.

치아에 이상을 느껴도 치과에 가는 걸 최대한 미루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제때 건강검진만 잘 하면 오히려 치과에 갈 일을 줄일 수 있다. 치과병원 최초로 검진시스템을 만든 경희대치과병원의 치과검진센터 오송희 교수에게 구강검진을 받아봤다.

오 교수는 치과에서는 희귀한 영상치의학과 전문의다. 전국에 치과 관련 영상의학과 전공자는 약 200여 명. 그중 오 교수처럼 병원에서 전문적으로 영상검사와 분석을 하는 교수는 50명 남짓이다.

치아 관리를 잘 한다는 사람들도 대부분 스케일링이나 간단한 구강검진에만 의존한다. 하지만 구강검진의 대표적인 방법인 육안 검사는 치아의 외형 등을 관찰하며 질환을 의심할 뿐 치주질환, 우식증, 턱구조 장애 등 주요한 구강질환을 확인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경희대치과병원 종합검진센터는 잇몸과 치아, 악관절은 물론이고 근육, 뼈, 혀 등 종합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치과검진방법을 개발해 자체적인 표준 검진프로그램을 적용했다. 검진 영역은 △치아 및 치주 관련 기본검진 △턱관절 및 구강 내 질환 검진 △구강암 검진 △부정교합 및 동적인 구강기능 검사로 나눠진다.

구강검진은 환자 등록과 설문지 작성을 통해 기초적인 환자의 데이터를 수집하고 난 뒤 임상검사와 형광 분석검사 촬영, 영상촬영(파노라마 등)을 순차적으로 시행한다. 영상촬영 중 가장 대표적인 파노라마는 치주질환, 치아 우식증 등 대표적인 구강질환을 정확하고 면밀하게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다. 이를 통해 구강질환 유무를 선제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연령·생활·습성별로 검사항목을 세분해 개인 맞춤형 선별 정밀검사를 제공한다. 이를 토대로 전문의에 의한 맞춤형 검진 결과로 상담을 진행하고 결과지는 직접 또는 이메일, 우편 등으로 환자에게 제공된다. 비용은 기본 검사만 했을 경우 10만 원대다. 치과종합검진은 당일 접수, 인터넷이나 전화 예약이 모두 가능하다. 검진은 40분∼1시간 정도 걸린다.

경희치과병원 종합검진센터 시스템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세계 최초 블록체인 기반 치과검진 EMR 시스템’을 적극 활용해 진단의 정확도와 편리성을 높였다는 점이다. 해당 시스템을 바탕으로 문진표 작성 시 전신 건강상태, 구강건강 인식도 및 습관 등 모든 설문을 전산화해 의료진이 필요한 정보를 손쉽게 파악하고 진단결과를 여러 진료과가 원활하게 공유할 수 있다.

오 교수는 “많은 사람이 치과를 두려워하기 때문에 치과에 방문했을 때 치아가 상당히 손상된 경우가 많다”며 “이를 치료하는 비용과 시간 등을 생각한다면 오히려 치아 상태가 좋을 때 미리 치료 계획을 세우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오송희·최진영 교수팀은 엑스레이 영상검사가 다른 질환 진단에도 도움이 된다는 논문도 발표한 바 있다. 1020명의 치아교정 환자의 엑스레이 영상검사 분석 결과가 치과적 질환 치료뿐 아니라 ‘뇌, 안면부의 심각한 의학적 질환 진단’에도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을 밝혀냈다. 이는 세계적인 학술지 네이처의 ‘Nature Scientific Reports(SCIE, Impact Factor3.998)’ 저널에 게재된 바 있다.

연구는 경희대치과병원의 교정치료 환자 중 남성 400명, 여성 620명 등 총 1020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10세 미만 환자 101명, 10∼19세 428명, 20∼29세 303명, 30∼39세 89명, 40∼49세 53명과 50세 이상 46명 등 다양한 연령대의 환자군의 다양한 영상검사 자료를 분석했다.

연구에서 주요한 분석 자료로 활용된 치과 엑스레이인 파노라마, 3차원 콘빔씨티(CBCT·Cone Beam CT), 두부방사선 사진(Cephalometric X-ray)의 영상 이미지들이 주요한 의학적 질환의 진단 도구로도 활용 가치가 있다는 걸 입증했다. 치과 엑스레이 이미지 분석을 통해 악안면부에 생길 수 있는 낭, 양성 종양, 악성 종양 및 기타 골질환, 턱관절의 퇴행성골관절염, 림프절 석회화 등의 진단에 기여했다.

실제 오 교수는 환자에게 구강검사를 시행하다가 심각한 이상소견을 발견한 사례가 있다. 그는 “구강외과에 의뢰해 조직검사를 한 결과 환자는 구강암이었다”며 “다행히 조기 발견으로 지금은 임플란트가 가능할 정도로 호전됐다”고 전했다.

진단이 어려운 구강 내 경조직 병소에 대한 검진법과 진단 표준화 가이드를 위한 연구도 진행했다. 결과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경희의료원에 방문한 검진대상자 1만6800명 중 3가지 조건 △대구치(큰 어금니)와 소구치(작은 어금니)의 교합면 충치(치아우식) 의심 △인접면 충치 의심 △크랙(치아균열) 의심에 부합하는 153명에게 정량광형광검사(QLF)와 초저선량 정밀 교익 방사선 영상검사를 실시했다.

치아 297개를 평가한 결과 육안관찰을 통한 전통적인 치아 진단방법으로 식별하기 어려운 교합면 충치 177개, 인접면 충치 91개, 치아균열 29개를 찾아냈다. 정량광형광검사를 통한 초기 교합면 치아 우식과 미세 치아균열 탐지율은 각각 91%와 83%였다. 특히 가장 눈여겨볼 만한 점은 초기 인접면 충치 진단 시 정량광형광검사와 초저선량 정밀 교익 방사선 영상검사를 병행해야 정확한 최종 탐지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오 교수는 “정도가 경미해 기본 진단법으로 진단하지 못했거나 관찰이 어려운 위치에 있어 치료시기를 놓칠 경우 신경치료와 발치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며 “정량형광분석법과 초저선량 정밀 교익 방사선 영상검사에 기반한 최적화된 치아질환 검사법을 통해 진단의 정확도를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치아 건강검진은 20대에 사랑니 스크리닝을 위해 한 번, 치주질환이 시작되는 40대에 한 번은 꼭 받으라”고 권했다.

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