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ews1 DB
“강매당한 중고차만 생각하면 억울해 살 수가 없어요.”
충북 제천에 살던 60대 A씨는 중고차 한 대를 사면서 인생이 송두리째 뒤바뀌었다.
A씨는 자동차 구매를 위해 인터넷 사이트를 둘러봤다.
비극의 시작이었다. 한창 검색을 하고 있던 때 한 중고차 사이트에 올라온 1톤 화물차 한 대가 A씨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원하던 차량이 시세보다 월등히 싼 가격표를 달고 있었다.
그는 곧바로 매매 업체에 전화해 판매 여부를 문의했다. 업체 측은 “차량이 있으니 방문하라”고 답했다.
그렇게 A씨는 인천 지역 중고차 매매 단지를 찾게 됐다. 하지만 막상 업체에 도착하니 사이트에서 봤던 차는 온데간데없었다.
충북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가 일망타진한 중고차 매매 사기 조직도.(충북경찰청 제공).2021.5.11/© 뉴스1
거부했으나 벗어나기 쉽지 않았다. 업체 관계자는 A씨를 차에 태워 돌아다니면서 위협했다. 문신까지 보여주면서 하는 위협은 공포심까지 불러왔다.
온종일 시달리던 A씨는 중고차 매매 계약서에 서명할 수밖에 없었다. 250만원짜리 1톤 화물차를 무려 700만원에 사는 부당 계약이었다.
차를 가지고 집으로 돌아온 A씨는 억울함을 누를 길이 없었다.
심리적 압박을 견디다 못한 A씨. 결국 그는 차를 산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지난 2월 자택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A씨가 스스로 세상을 등진 이유는 유품 정리 과정에서 밝혀졌다. 그는 휴대전화에 ‘중고자동차 매매 집단에 속아 자동차를 강매당했다’고 메모를 남겨 놨다.
안타까운 사연을 알게 된 충북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는 곧바로 수사에 착수했다.
실체가 드러난 중고차 매매 사기 업체는 범죄 조직이나 다를 바 없었다. 총책부터 팀장, 텔레마케터, 출동조, 허위 딜러 26명으로 구성, 체계적으로 사기 행각을 벌였다.
이들은 인터넷 중고차 매매 사이트에 허위·미끼 매물을 올려 소비자를 유인한 뒤 다른 차량 구매를 유도했다. 시세보다 비싼 가격에 차량을 팔았다.
차량 구매를 거부하는 소비자에게는 협박을 일삼았다. 구매자가 계약 철회를 요구하면 위약금을 내세워 포기하도록 했다.
이들은 이런 수법으로 지난해 말부터 올해 3월까지 A씨를 비롯한 50명에게 차량을 강매해 6억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챙겼다.
경찰은 중고차 매매 사기 조직 총책 등 4명을 사기와 갈취 등 혐의로 구속하고, 2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오은수 강력범죄수사대장은 “선량한 시민이 중고차 판매 사기를 당해 안타까운 결정을 했다는 정보를 입수해 수사에 착수, 범죄 조직을 일망타진했다”면서 “피해 조사 과정에서 확인된 다른 중고차 매매 사기 조직에 대한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인터넷 사이트에 시세보다 터무니없이 저렴한 중고차는 허위·미끼 매물일 가능성이 크다”면서 “범죄 표적이 되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청주=뉴스1)